[정치 뒷담화] ‘月200만원 모병제’ 논쟁 불붙은 南…北은 모병→징병제로 바꿨다는데…

문경근 기자
수정 2016-09-18 23:51
입력 2016-09-18 22:44
또 자발적 의사에 따라 군대에 입대했기 때문에 병영 내 인권 의식이 향상되고 병역 비리 근절,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종식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함께 ‘모병제 희망모임’을 만들어 지난 5일 국회에서 모병제 공론화를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김 의원 역시 2012년 대선 경선에 나설 때 모병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 의원은 모병제에 대해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군대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며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냈던 유 전 원내대표는 “저출산 때문에 2023년부터 병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데, 그런 상황에서 모병제까지 하면 우리 군은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면서 “모병제 주장은 당분간 절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징병제로 가되 부사관을 확대하고 무기 등 군사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병제를 하더라도 재벌집 자녀들이나 고위 공무원 자녀들 중에 공직 진출을 위해 군대에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병제가 실시되면 전반적으로 경제적 상황 때문에 가난한 집 자식들만 전방에 가서 총 들고 서 있는 상황이 돼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비판에 남 지사는 곧바로 반발하며 유 전 원내대표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모병제는 직업 선택의 자유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병역 비리도, 상대적 박탈감도 주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군에 가지 않을 자유가 생긴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전 원내대표는 모병제 실시로 군내 인권 의식이 향상된다는 남 지사의 주장을 거론하며 “군에서 성추행, 성폭행, 왕따, 집단폭행, 자살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건 그 자체로 막아야 하지 그게 징병제와 모병제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재반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아주 무거운 대체복무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6·25전쟁 이후 남북 모두 상대방의 체제 전복을 지상 목표로 했기에 군인 수의 적정선 유지는 필수적이었다. 현재까지 북한은 100만명이 훨씬 넘는 군인을 보유하고 있다. 돌격대, 노동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등 준군사조직까지 더하면 그 수는 200만명에 육박한다.
북한 당국은 군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군 복무는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라고 선전했다. 이 때문에 6·25전쟁 이후 북한 남성은 군 입대를 애국심, 자긍심으로 생각했다. 여성들은 군인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여겼다. 북한 군 입대 적령기의 청년들은 ‘남자로 태어나 국가에 대한 헌신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는 기류가 강했다. 또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우를 국가가 나서서 책임졌기에 군 복무를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2000년대 들어 군 제도를 전민복무제로 개편해야만 했던 것은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고난의 행군’ 등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라는 집단보다 개인의 안위가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기에 한 가정에서 자녀를 기껏해야 1~2명 정도 낳아 군 징집 대상이 줄어든 것도 제도를 바꿔야 하는 이유가 됐다. 또 군을 기피하는 부류들이 생겨났다. 부유층 자제들은 군에서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걸리는 병사들이 늘어나자 뇌물을 주며 군 면제를 받으려고 꼼수를 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시력 저하, 디스크, 천식 등 다양한 병명을 구실로 군대에 안 가려는 젊은층이 늘며 북한에서도 점차 군에 대한 사회적 인기가 시들해졌다. 현재 북한 인구는 2500만명 정도다. 이 가운데 군 입대가 가능한 10·20대 남자는 약 200만명이어서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바꿔야 적정 군인 수를 유지할 수 있다.
북한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과거 북한에서는 군 입대를 청년들의 ‘신성한 의무’라며 자원입대하는 분위기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경제적으로 결핍되고, 군사훈련보다 건설이나 농사에 동원되는 등 군의 인식이 격하되고 있다. 가능하면 군에 안 가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펴져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장교로 근무하다 탈북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도 “북한 주민들이 군인들을 가리켜 ‘공산군’이라고 비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며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을 못 견딘 북한군들이 농가에 내려와 절도를 일삼으니 어떤 주민들이 좋다고 반기겠느냐”고 최근 북한군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전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2016-09-19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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