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험생 침입해 PC조작해도 깜깜했던 청사
수정 2016-04-06 22:47
입력 2016-04-06 22:46
공시생 송씨는 무모하리만큼 대담했다. 지난달 5일 치러진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 시험에 지원했다. 필기시험을 앞두고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 몰래 들어가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 3장을 훔쳤다. 이어 시험지를 훔치려고 인사혁신처가 있는 청사 16층 채용관리과 사무실 침입을 다섯 차례 시도하다 실패했다. 같은 달 24일과 26일 사무실에 잠입해 담당 공무원의 PC를 켜고 자기 이름을 합격자 명단에 올렸다. 성적도 고쳤다. 인사혁신처는 나흘 뒤인 30일 필기시험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다 1명이 늘어난 사실을 발견하고 1일 경찰에 신고했다. 현재까지 수사에서 드러난 사건의 전말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청사라는 점이다. 2012년 10월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 신분증으로 청사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투신해 사망한 사건과는 성격과 차원이 다르다. 보안 시스템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청사와 사무실을 헤집고 다녔고, PC까지 접속해 조작했다. 그렇기에 체력단련장에 어떻게 출입했는지, 신분증을 분실한 공무원들은 지금껏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 특히 PC에 어떻게 접속했는지는 사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정부의 기밀 관리에 대한 허점이 노출된 탓이다. 내부 공모 여부를 수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송씨가 청사를 멋대로 드나들 때 정부는 이미 북한의 잇단 도발과 관련해 ‘테러 경비태세와 출입통제 강화’ 지시를 내렸었다. 또 5년 전 사건으로 출입자 제한 원칙도 강화했었다. 하지만 뚫렸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말대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보안관리 시스템의 재검토도 당연한 수순이지만 무엇보다 공무원 스스로 원칙에 충실하고 있는지, 기강 해이는 없는지 묻고 각성해야 한다. 일이 터졌을 때만 호들갑 떠는 대응으로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 2년 전 세월호 참사도 예고 없이 터졌다.
2016-04-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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