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단체인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행적을 비판하는 내용을 몰래 담은 시가 입선작에 당선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시가 알고 보니 이른바 ‘세로드립’(글의 첫 자를 세로로 읽었을 때 숨은 뜻이 있는 것)으로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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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장충동 자유총연맹 건물 앞에서 이승만 동상 제막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보수와 진보의 충돌. 그가 자유주의자였는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이 공개한 ‘제1회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 수상작품집‘에는 ‘우남찬가’라는 제목의 시가 입선작 8편 가운데 하나로 등재되어 있다. 4일 오전 이 작품은 수상집 목록에서 삭제되어 있다. 자유경제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해 평균 20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단체로 이번 공모전 심사위원장은 보수 논객 복거일 작가다.
우남찬가
한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분란하게 회오리쳐 하늘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친족의 안녕은 작은 즐거움이요 일국의 영화는 큰 즐거움이니 인간된 도리가 무엇이겠느냐 사사로운 꾀로는 내 배를 불리지만 고매한 지략은 국민을 배불린다. 용문에 오른 그분은 가슴에 오로지 민족번영만을 품고 계셨으리라 족함을 모르는 그의 열정은 반대편 윗동네도 모르는 바 아니리 역사가 가슴치며 통곡을 하는구나 자유는 공짜로 얻을 수 없다고
한줌 용기의 불꽃을 흩뿌려 강산 사방의 애국심을 타오르게 했던 다부진 음성과 부드러운 눈빛의 지도자 리승만 대통령 우리의 국부여 폭력배 공산당의 붉은 마수를 파란 기백으로 막아낸 당신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도리어 두만강까지 밀고 들어가 망국의 판세를 뒤엎고 솟아올라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잡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