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의 정치학서 벗어나 ‘장애’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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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혜리 기자
수정 2015-06-05 21:10
입력 2015-06-05 18:04
보통이 아닌 몸/로즈메리 갈런드 톰슨 지음/손홍일 옮김/그린비/308쪽/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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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9세기 중반부터 100여년 동안 기형인간쇼는 당대 박물관과 서커스의 주요 부분으로 흥행을 보장하는 문화사업이었다. 얼굴이 둘 달린 여성, 동물도 인간도 아닌 멕시코 원주민 여성, 거인과 소인 등 비정상적인 몸을 구경거리로 전시함으로써 흥행업자는 돈을 쓸어 모았다.

장애여성주의자인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은 저작 ‘보통이 아닌 몸’에서 다른 몸들을 전시하는 기형인간쇼가 ‘이성적이고 통제된’ 백인 남성을 이상형으로 하는 미국적 자아의 모습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동시에 구경꾼들 자신이 ‘정상’이라는 우월감과 안도감을 심어 주었다는 점을 포착해 낸다. ‘미국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장애학의 관점에서 미국 문화와 문학을 비평하는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분석으로 장애에 대한 우리 시선의 편향성을 일깨워 준다.

책은 ‘장애’의 개념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장애를 규정하는 다양한 조건들이 얼마나 자의적인지를 다양한 이론과 함께 소개하고, 장애가 어떻게 문학과 문화에서 재현됐는지를 살핀다. 기형인간쇼에 이어 저자는 해리엇 비처 스토의 ‘톰아저씨의 오두막’,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들, 흑인이자 장애여성이며 동성애자였던 작가 오드리 로드의 자전적 소설을 흑인 해방이나 여성 해방의 관점이 아닌 장애 해방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한다.

인문학적 장애학의 모델을 제시하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주장은 “장애를 결핍이나 결여가 아니라 보통이 아닌 몸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미에 이 책의 수사적 취지를 밝힌다. “우리의 신체적 다름에 대한 해석을 지배하고 있는 외모의 정치학을 비판하는 것, 장애는 보상이 아니라 수용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는 것, 그리고 우리의 장애에 대한 생각을 병적인 현상에서 정체성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06-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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