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무생물의 감정/손성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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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11-11 01:49
입력 2014-11-11 00:00
무생물이야 감정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무생물에 대한 사람의 감정은 있는 게 분명하다. 오랫동안 쓰던 낡은 물건을 애지중지 아끼며 쓸모가 없어졌는데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런 감정 탓일 게다. 평생 곁에 두고 써 온 물건에는 지난날의 기억이나 가정의 역사가 담겨 있다. 부모가 쓰던 물건을 물려받아 소중히 간직하면서 사랑과 정을 되새기는 사람들도 많다.

오래 탄 자동차를 처분할 때면 왠지 짠한 느낌이 든다. 5년 전 10년이 넘게 몰던 자동차를 폐차시킬 때도 그냥 보내기 싫어 사진을 찍어 두기도 했다. 얼마 전 또 자동차를 바꾸면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 핸들이나 시트에는 내 손때가 묻고 체취가 배어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동차에는 가족의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 차는 자식을 씻기듯 손수 세차도 하고 흠이 나지 않게 잘 관리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무생물에도 정을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나 살아 있는 동물에게는 더욱 많은 정을 베풀 준비가 돼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좀 오래됐다고 쉽게 버리고 새것 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필시 감정도 바싹 말랐으리라.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2014-11-1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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