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동북아 외교 고립 돌파구…김정은, 꽉 막힌 대외관계 물꼬
수정 2014-05-30 00:37
입력 2014-05-30 00:00
북·일 납치 재조사 전격 합의 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납치 문제 재조사를 공식 표명하며 “아베 정권에서 납치 문제의 전면 해결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모든 납치 피해자 가족이 자신의 손으로 자녀를 포옹할 날이 올 때까지 우리의 임무는 끝나지 않는다는 결의를 가지고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재조사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2008년 8월 열린 북·일 실무자 협의에서 납치 문제 재조사 조기 개시에 합의한 뒤 재조사위원회 설치 연기를 통지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상기시키며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평양 사정에 밝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관계자는 “이번 협의에서는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인정한 납치 피해자 중 귀국하지 않은 12명(총 17명 중 2002년에 5명 귀국)뿐 아니라 납치 가능성이 있는 특정 실종자도 대상에 포함한 것은 이례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특정 실종자의 규모를 860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전면 재조사가 김 제1위원장과 아베 총리의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시킨다는 점도 이번 재조사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제1위원장으로서는 6자회담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으로 남한과의 관계 개선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일 관계 진전을 통해 대외 관계의 물꼬를 터 보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지면서 일본의 대북 제재 완화, 나아가 국교 정상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꾀하겠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로서도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통해 동북아에서의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것은 물론, 역사에 남을 만한 실적을 남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 역시 만만치는 않다. 2007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일본인 납치 피해자는 더 없다”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런 발언에 대해 김 제1위원장이 어떻게 돌파하며 일본과의 관계를 풀어 나갈지가 가장 큰 과제다. 일본으로서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 문제도 변수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2014-05-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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