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선출 ‘룰’ 놓고 파열음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4-03-03 01:13
입력 2014-03-03 00:00

금권선거 폐해·국비 지원 불이익에 직선제 포기했지만…

이미지 확대
국립대학들이 지난해 총장 직선제를 일제히 포기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금권선거와 파벌 조성 등 직선제 폐해를 막기 위한 당국의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국비 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고육책이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달까지 직선제를 대체할 새로운 총장 선출 규정을 만들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국립대 구성원의 갈등과 반목은 갈수록 고조되는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대학 자율성 훼손과 교육부 출신 낙하산 총장 등 직선제 폐지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38곳의 4년제 국립대 중 절반인 20개교가 총장 선출 규정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월 지방대에 5년간 1조원, 수도권대에 5년간 3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대 특성화사업을 발표하면서 이번 달까지 학칙에 남은 직선제 요소를 빼고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 등 새 규정을 만들지 않는 국립대에 사실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립대학들이 3월까지 교육부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평가에서 무려 2.5점이 감점된다. 0.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을 감안할 때 2.5점의 감점은 치명적이다. 국립대로선 직선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대학들은 부랴부랴 선출 규정 마련에 나섰지만 내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임기가 끝났거나 끝나는 국립대는 모두 9개교다. 제주대와 목포대는 이미 선거를 마쳤고, 경북대, 공주대, 서울대, 전북대, 한밭대, 충북대, 한국방송통신대 등 7개교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는 6월, 27년 만에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하는 서울대는 지난해 말 총추위 구성을 두고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에는 후보 선출방식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 4월에 새 총장을 뽑는 충북대는 지난해 12월 교수회가 제출한 총장 후보 선정 개정안을 대학 본부가 교무회의에서 바꾸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수 988명 중 716명(81.8%)이 ‘직선제 회귀에 찬성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던 전북대는 교수들이 여전히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어 9월 총장선거까지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병운(부산대 교수회장)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상임회장은 “헌법으로 보장된 직선제를 이번 달까지 없애라는 것은 법률 위반을 강요하는 것이자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행위”라며 “교육부가 교육부 출신 낙하산 총장을 앉히기 위해 직선제를 무리하게 폐지하고 있지만 곧 공정성과 대표성 부족 등 부작용이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3-03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