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돌볼 손 없는 돌봄교실’ 현실로
수정 2014-02-19 02:11
입력 2014-02-19 00:00
초1·2년 무상 확대… 신청 급증
18일 일선 초등학교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올해 모두 63명의 학생이 돌봄교실을 신청했다. 지난해 28명에 비해 무려 35명이 늘어난 것으로, 학교 측은 기존 전용교실 1실에 35명을 받고 겸용교실 1실을 증설해 28명을 받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한 교실에 20명씩 수용할 수 있었던 돌봄교실 규정이 올해부터 25명까지로 바뀌었고, 교실 1실을 증설했지만 학생들이 계속해서 몰리고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이 학교의 한 돌봄교사는 “학부모들이 돌봄교실이 무상으로 전환됐다는 소식을 듣고 문의 전화를 많이 하고 있다”며 “지난달 15일 예비소집일에 수요 조사를 했을 때보다 3명이 더 지원했고 이들을 안 받아줄 수 없어 초과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업무는 늘었지만 돌봄교사들의 처우는 되레 나빠졌다. 해당 돌봄교사는 “정부에서 ‘무상교육이기 때문에 수당을 줘선 안 된다’고 학교에 통보해 매달 20만원쯤을 덜 받게 돼 돌봄교사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장애 학생을 위한 보조교사를 지원받지 못해 일반 학생들과 함께 장애 학생들을 맡는 학교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80명 중 장애 학생 3명을 돌봄교실에서 맡고 있는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특수교육을 받은 특수보조지원사가 아닌 일반 비정규직 돌봄교사가 방과 후 이들을 돌봐야 한다. 이 학교의 돌봄교사는 “2명의 정규직 특수교사가 있지만 이들은 돌봄교실에 참여하지 않는다. 정부가 따로 지원을 해주지 않아 보조교사를 채용할 수도 없다”며 “돌봄교사들이 특수교육을 전공하지 않아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운영키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일단 올해는 그냥 시행하라’는 답만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는 “발표 이후 수요가 늘어 현재 10실을 더 추가로 늘렸고, 이후에 늘어나는 수요에 대해서는 추경예산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 학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대해서는 “차후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4일 2014학년도 초등돌봄교실 1350실(전용·겸용)을 확보해 초등학교 1∼2학년 2만 5665명에게 돌봄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를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4-02-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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