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소울 푸드
수정 2013-12-30 02:29
입력 2013-12-30 00:00
현대인은 쫓기며 산다. 아무리 일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무망함은 체념으로 이어지며, 이 체념의 끝에는 ‘그렇게 해도 이뤄지는 건 없구나’라는 절망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렇듯 바쁘면서도 끝이 보이지 않고, 그러면서 별다른 성취감도 얻지 못하는 삶을 살다 보니 좋은 음식을 편하게 먹고살 수가 없다. 바쁘다 보니 이것저것 가려 먹을 상황도 아니지만 어쩌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가 먹어도 배만 부를 뿐 영혼의 주림까지는 해소하지 못한다. 이런 탓에 ‘집밥’을 소울푸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집에서 먹는 밥이 항상 소울푸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집밥에 따르는 ‘조건’이다. 먼저 상업적 목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식재료가 아니어야 한다. 가공되고 변질된 그런 유의 식재료에서 소울을 찾기 어렵다는 건 모두가 안다. 또 다른 조건은 삶의 의미가 살아 숨 쉬는 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임금의 수라도 따뜻한 단란이 없다면 하찮은 배불림일 뿐이고, 걸인의 허접한 식사도 누군가와 온기를 나누며 먹는다면 수라 못지않게 따뜻한 밥이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살아야 하는 지금의 세상에서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데 어찌 영혼까지 챙기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소울푸드를 비용이 많이 들고 번거롭다고 치부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물론 가공된 식재료와 상품화된 메뉴에 익숙해진 터라 습관을 고치는 데 얼마간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불편만 감수할 수 있다면 더 쉽고 더 싸며, 더 맛있어 영혼까지 배 불릴 수 있는 건강한 소울푸드 식단을 실천할 수 있다. 얼마간 잊고 살았을 뿐 소울푸드는 본래의 우리의 생활이었고 삶이었기 때문이다.
jeshim@seoul.co.kr
2013-12-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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