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아득하기만 한 서부대개발/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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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08-08 00:00
입력 2013-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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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임병선 체육부 부장급
여름휴가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사막과 초원을 찾았다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득한 서부 대개발의 현주소를 목격했다. 수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서 서쪽으로 자동차를 4~5시간 달려 만난 어얼둬쓰(鄂爾多斯·옛 오르도스)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와중이었다.

외몽골의 고비사막에서도 그렇게 멀지 않은 이곳에서 빌딩 높이 올리기 경쟁이라도 벌어진 듯했다. 2002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집권과 동시에 기치를 든 서부대개발 열풍의 영향이었다. 어얼둬쓰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캉바스(康巴什) 신도시의 광장은 프랑스 파리 근처의 베르사유궁 앞뜰이 연상될 정도였다. 잘 닦인 도로 위에는 벤츠 등 외제 자동차들이 줄을 이었고, 10대 청소년들이 요란한 음악을 쿵쾅거리며 몰고 가는 일본제 모터사이클의 굉음도 심심찮게 들렸다.

네이멍구 자치구의 2400만명 가운데 400만명을 차지하는 몽골족 중에도 사막이나 목초지 등에 묻혀 있던 석탄이나 광물, 희토류 덕에 벼락부자가 된 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지역의 총생산은 2001년 150억 위안(약 2조 7399억원)에서 지난해 3218억 위안(약 58조 7799억원)으로 20배 넘게 뛰었다. 2011년 미스월드선발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떵떵거렸다.

일행을 안내하던 옌볜 청년 김철(35)씨는 “이곳은 10년 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었다”며 “이곳 벼락부자들은 집에서 자기 귀찮아 호텔마다 돌며 잠을 청하곤 한다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2020년까지 이 신도시에 70만~80만명을 입주시키는 계획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입주율이 30%대에 그쳐 낮이나 밤이나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사막이나 초원에서도 ‘런타이둬’(人太多·사람 참 많아)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의아한 일이었다.

온 도시가 공사판이었고 이런 모습은 후허하오터나 중공업 중심인 바오터우(包頭)도 마찬가지였다. 후허하오터 호텔 옆에도 빙 둘러 주상복합건물 공사판이었다.

그런데 주요 도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흉가(凶家)나 다를 바 없는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얼둬쓰에서 후허하오터로 돌아오는 길 옆의 시골 주택과 주변 여건은 흉측하기조차 했다.

화물 트럭들이 질주하는 도로는 어느 순간 뚝 끊겨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기 일쑤였다. 후허하오터 호텔 앞에는 포장마차가 성업 중이었고 어디에서 왔는지 짐작조차 힘든 중국 인민들이 한민족에 지지 않겠다는 듯 밤새 노래를 불러 젖혔다.

관광버스들이 정차하면 손님들이 줄지어 내려 거리낌없이 바지 지퍼를 내렸다. 어쩌다 마주친 휴게소나 주유소의 화장실들에는 파리떼가 점령해 정말 눈 뜨고 일을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남한 면적의 7배 가까이 되는 네이멍구 지역을 돌아다니던 일행의 머릿속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마천루와 그 뒤꼍의 조악한 풍경이 겹쳐지며 혼란스러움을 더했다. 어느 게 진짜 중국이고 중국식 사회주의인가?

그러면서도 분명해진 것은 중국 서부대개발의 혼돈과 간극, 문화 지체가 성장 정체에 갇힌 한국경제에 기회가 되리란 확신이었다.

bsnim@seoul.co.kr

2013-08-0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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