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동북 4성론’을 경계한다/노주석 논설위원
수정 2010-09-09 00:28
입력 2010-09-09 00:00
한반도의 반쪽, 북한의 중국 경제의존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북한은 원유의 90%, 소비재의 8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자원의 70% 이상을 중국에 판다. 대외교역의 75%를 중국에 기대고 있다. 중국은 매년 2억~3억달러의 대북 무역흑자를 올린다. 중국과 남·북한은 과거 역사와 마찬가지로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동북 3성 방문은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5월 방문 이후 3달 만의 갑작스러운 재방문 경위도 그랬지만, 방문 목적과 후계자 김정은의 동행 여부가 궁금증을 자아냈다. 북한은 권력 대물림 승인과 대규모 경제지원을 얻는 대신 동해 나진항을 중국에 내주고, 6자회담 복귀를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손익계산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만성적 식량난에, 수해가 겹친 데다 김 위원장의 건강마저 좋지 않은 북한 쪽의 사정이 더 다급했던 것 같다. 60년 전 마오쩌둥에게 군대파견을 호소했던 아버지 김일성처럼 서른 살도 안 된 아들을 위해 중국 최고지도자를 만나러 간 김 위원장의 총총걸음은 현대판 조공·책봉 외교라는 비아냥을 들을 만했다.
김 위원장의 동북 3성 방문 이후 북한을 중국 일개 자치주로 편입시키자는 ‘동북 4성론’의 목소리가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굵어지고 있다. 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 등 기존 동북 3성에 북한성을 더해 동북 4성이라는 얘기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중국군이 투입돼 친중국 정권을 세우고 이후 중국에 예속시킨다는 터무니없는 설에 불과하다. 북한의 중국 경제예속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은 제압하고, 북한은 편입시키려는 중화 패권주의의 본색이 드러난 것인지도 모른다.
동북 4성론은 동북공정의 다른 이름이다. 동북공정이란 알려진대로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한국사에서 지우고 중국의 지방정부화해 중국사에 넣으려는 대대적인 국책사업이다. 우리 역사를 시간상으로 2000년, 공간적으로 한강 이남에 몰아넣는 동북공정은 동북 4성론의 이론적, 역사적 배경이기도 하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동북 4성론은 동북공정의 경제 버전”이라고 단정 짓는다. 실제 중국은 공산당 주도로 지난 2004년 ‘신 조선전략’이라는 비밀문건을 작성했다. 40억~50억달러의 거금을 투입해 북한을 경제식민지화하고서, 궁극적으론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도 ‘중국과 북한을 일치’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사고뭉치 북한을 사사건건 싸고도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단순히 혈맹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다. 중국은 ‘북한땅도 중국땅’이라는 동북공정의 큰 틀 속에서 북한을 조직적으로 관리하고, 포섭하고, 종속시키고, 일치시키려 하고 있다. 북한은 세자책봉과 경제지원에 눈이 어두워 동북4성론의 함정을 간과하고 있다. 까딱 잘못하면 한국도 편입시키자는 ‘동북 5성론’이 등장할지 모른다.
joo@seoul.co.kr
2010-09-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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