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시 인사이트] 정부 왜 대북 쌀지원 못하나
수정 2010-08-28 00:38
입력 2010-08-28 00:00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해 마련한 밀가루 300t을 실은 차량이 27일 경기 파주 통일대교를 건너 남북출입사무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왜 대북 쌀 지원에 예민한 것일까. 쌀 지원은 규모나 목적상 인도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시작된 대북 쌀 지원은 2007년까지 매년 30만~50만t 씩 보내졌고, 이를 위해 8년간 남북협력기금에서 모두 8728억원이 쓰였다. 적지 않은 액수인 셈이다. 노무현 정부 때에도 쌀 지원은 인도적이라기보다는 남북관계 안정을 위한 일종의 ‘보험’ 같은,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대규모로 지원된 쌀이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배분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8년 7월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이라는 차관 형식의 대북 쌀 지원을 무상 지원으로 바꾸기로 했다. 무상으로 줄 경우 우리 측이 분배 모니터링 강화 등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차관이든 무상이든 쌀 지원이 멈췄다. 오히려 무상 지원 결정이 쌀 지원을 막았다는 얘기도 있다. 게다가 2008년 6월 당시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옥수수 5만t 지원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뒤 정부는 쌀 지원은 더욱 ‘언감생심’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수해로 국제사회에 구호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쌀 지원을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차관 상환을 통해 통일기금을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내년부터 시작될 쌀 차관 상환을 위한 남북 협의도 이뤄져야 한다. 대북 소식통은 “대북 쌀 지원이 이번 수해 지원처럼 국제사회가 나선 뒤 뒷북을 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10-08-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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