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통흔든 꼬리’ 사외이사 비리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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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2-26 12:31
입력 2009-12-26 12:00

“하루에도 회의횟수 따라 수당 다 받아”

‘꼬리(사외이사)가 몸통(최고경영자·CEO)을 흔든 격이다.’ 최근 불거지는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위험수위를 넘어선 행태를 두고 나온 말이다. 사외이사들이 CEO 선임을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외이사들끼리 철옹성을 쌓아놓고 CEO 선임때마다 자신들의 역할을 확대하는 식이었다. 때만 되면 곶감을 빼먹는 것이었다. 급기야 CEO 자리까지 탐하는 웃지못할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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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가 회사를 경영하는 이같은 구조는 결과적으로 몸통의 판단 착오였다. 나름대로 건강한 기업지배구조를 만들려고 한 것이 사외이사들이 휘두르는 칼날에 휘말려 오도가도 할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는 자신의 안위를 보위하려다 ‘꼬리의 덫’에 걸려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외이사들의 도가 넘는 이같은 행태는 서로의 담합에서 출발한다. 담합한 이너서클(Inner Circle)의 힘만으로 자신들이 보호될 수 있도록 이사회 내규를 교묘히 뜯어고쳤다. 자신들만 뭉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구조였다.

이들의 담합에는 특혜가 고리가 됐다. 일부 사외이사를 제외하고 법규 위반이든, 미비한 법규 악용이든 너도나도 이익을 챙겼다. 모 사외이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국민은행이 몇 년간 수십억원의 용역을 줬지만 매년 실태를 보고하는 보고서조차 만들지 않았다.

또다른 사외이사는 지방에서 회의 참석차 올라오면 회의참석비는 물론 출장비까지 받는다. 번듯한 호텔에서 숙식하며 회의를 주재한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자신의 지역 출신의 인사도 챙긴다.

코오롱그룹의 계열사격인 코오롱아이넷의 사장을 맡았던 한 사외이사는 최근 이런 저런 이유로 사외이사가 도마위에 오르자 물러났다. 스스로 그만둔 것인지, 그룹 차원인지는 불투명하다.

더 놀라운 것은 회의 참석이다. KB지주는 산하에 이사회운영위원회 등 5개의 소위를 두고 있다. 하루에도 몇 개의 소위가 열리면 해당 위원은 소위 참석 횟수에 따라 회의참석 수당을 받았다. 하루에 3번 참석하면 3번 받는 식이다. 수당도 소위의 현안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회의도 다양한 곳에서 열린다. 회사는 물론 식당, 호텔 등 곳곳에서 열렸다. 모두 회의비용으로 처리하지만 위원장은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별도의 법인카드를 갖고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영규 장세훈기자 whoami@seoul.co.kr
2009-12-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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