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지방선거는 정당의 사냥터가 아니다/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수정 2009-12-25 12:00
입력 2009-12-25 12:00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75%가 기초단체장과 기초지방의원 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의원들은 기초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를 위한 학계나 시민사회의 요구를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지방자치와 주민복리를 희생하더라도 국회의원 자신의 웰빙에 도움이 되는 정당공천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2010년 지방선거도 정당 공천을 둘러싼 비리로 오염된 2006년 지방선거의 재판이 될 우려가 있다. 지역발전과 주민복리를 위한 정책경연 축제로서의 지방선거는 실종되고 말 것이다.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하는 매니페스토운동도 전혀 먹혀 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다음 4년도 임기 내내 주민들은 찬밥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복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방선거에 주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웃 일본에서는 정당공천이 제도적으로 허용됨에도 불구하고 2007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기초단체장의 99.9%, 기초지방의원의 74.1%가 무소속이었다. 일본에서는 정당공천을 받으면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지방정치인들이 정당공천을 기피한다. 일본의 무소속 돌풍은 정당 공천의 폐단을 간파한 주민들의 승리다.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정당공천과 지역발전을 둘러싼 논쟁이 펼쳐졌다. 당시 여당에서는 정당후보가 당선돼야 중앙직결, 즉 중앙정치와 지방자치가 연결되고, 이를 통해 지역이 발전한다고 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지방정치에서 정당후보자를 배제해야 주민직결, 즉 지방자치와 주민이 연결되고, 그래야 지역이 발전한다고 맞섰다. 논쟁은 결국 주민들이 정당후보자를 외면하는 것으로 승부가 났다.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다.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해 주민의사나 지역발전은 뒷전인 지방정치인은 더 이상 주민대표가 아니다. 지방이익을 희생해서라도 정당이익을 관철시키려 드는 정당대표에 불과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진정한 주민대표를 뽑을 것인지, 아니면 정당에 예속된 정당대표를 선택할 것인지는 이제 주민들의 손에 달렸다. 주민의사와 주민복리에 정치적인 생명을 거는 진정한 주민대표를 뽑아야 중앙정당과 지역구 국회의원에 의해 변질된 지방자치를 바로잡는다. 주민이 주인대접을 받는다. 지방선거를 더 이상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중앙 정당이 먹잇감을 얻는 사냥터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9-12-25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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