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주유소 도입 1년… 고양 일산·용인 구성 가보니
수정 2009-12-10 12:24
입력 2009-12-10 12:00
대형마트 기름값 바뀌는 화요일 반경 3㎞ 주유소 가격표 춤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농협보다 무조건 10원만 더 붙여서”
자영주유소들의 판매가가 마트가격에 수렴되는 ‘동조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유소 업주들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일산 이산포 나들목 부근의 A주유소 업주는 “마트 주유소가 생기기 전과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20~30% 정도 판매가가 낮게 형성되고 있다.“며 “농협 가격보다 무조건 10원씩만 더 붙여 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유소 소장은 “일산 동구와 서구가 모두 농협의 영향을 받을 정도로 위력을 떨치고 있다.”고 전했다.
경유가는 28곳 중 7곳이 마트보다 10원 이내로 쌌다. 28곳 주유소의 평균 경유가가 1386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자영주유소는 마트와 큰 가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역내 최고가 주유소와 비교하면 마트 기름값은 훨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휘발유 기준으로 농협은 최고가 주유소보다 104원에서 191원까지 더 쌌다. 용인 구성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트 주변 주유소들 체감 불황 깊어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구성 이마트 주유소의 월매출액은 지난 1월 24억원에서 지난달 4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주유 건수는 같은 기간 5만 2000건에서 7만 9000건으로, 하루 8만ℓ, 자동차 2400대가 꼬리를 물며 찾고 있다. 일산 하나로마트의 지난달 주유 건수는 오픈 첫 달인 9월보다 74% 급증한 3만 5500건으로 집계됐다.
마트 주유소의 마진율은 2% 선. 기름 판매로 얻는 이익은 없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유인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신세계는 주유소 도입 후 용인 구성점의 고객이 하루 3%(최소 4000명)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유소 운영에 별도의 인건비와 판촉 비용이 들지 않지만 방문고객이 늘어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지역 주유소들의 ‘체감 불황’은 깊다. 일산 서구의 업주들은 9월 이후 최소 고객 30%를 농협에 빼앗긴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용인, 통영, 구미 등 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지역내 주변 주유소의 평균 판매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매물로 나온 주유소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에서 1.5㎞ 떨어진 주유소 업주는 “카드수수료와 인건비를 빼면 지난 10월에만 25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9월보다 크게 늘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황새 쫓는 뱁새’의 출혈 경쟁
자영주유소들은 재고 비축을 통해 마트 기름값 만큼 인하하고 있다. 정유사의 공급가가 낮을 때 사재기 해 비축 물량으로 ‘가격탄력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기름값이 올라도 마트 주유소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 마저도 현금 여력이 되는 업주나 가능해 ‘뱁새가 황새를 쫓다간 가랑이 찢어지는 격’이라는 게 고민이다.
석유 유통이 ‘마트 대 영세주유소’간의 출혈경쟁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자영주유소 8721개 중 전체의 84.4%가 정유사와 자사 제품만을 전량 구매토록 한 ‘배타조건부 거래’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정유사 간 경쟁이 미미하다는 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이다.
김창섭(석유시장감시단 부단장) 경원대 교수는 “주유소 간에는 완전 경쟁을 보이는 반면 과점체제를 형성하는 정유4사의 경쟁은 불완전경쟁 양상을 이루고 있다.”면서 “공급가 경쟁을 활성화시킬 대책과 아울러 조세 저항이 적은 유류세의 인하 정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2009-12-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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