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집안일 시키려 희망근로자 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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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2-05 12:52
입력 2009-12-05 12:00
일부 기초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희망근로자들을 자기 집 일에 동원해 머슴처럼 부려먹어 말썽이다. 울산 울주군의 어느 희망근로 담당공무원은 몇달 동안 희망근로자들을 수차례 자신의 채소밭에 데려가 일을 시켰다고 한다. 이 공무원은 심지어 자기 집 부엌을 고치는 데도 희망근로자를 동원했다니 어이가 없다. 울주군 희망근로자들은 부군수의 친형 소유 과수원에서 일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저소득층 정책이 몰지각한 공무원들 때문에 빈축을 사고 세금이 낭비되다니 기가 찰 일이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정부가 올해 6월 예산 1조 7000억원을 들여 경제난에 따른 실직자나 휴폐업 자영업자, 특히 저소득층의 생계지원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1만 9000여개 사업장에 25만명을 투입했다. 이들은 생태복원·도로 확장이나 포장 등 광역시도의 대표사업, 환경·재해예방 등 시군구 특화사업, 읍면동의 주민밀착형 생활개선사업 등 주로 공익을 위해 일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공무원이 농촌일손돕기를 구실로 사용(私用)한다니 말이 되는가. 결국 공무원 집안일에 나랏돈을 갖다 쓴 셈 아닌가.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를 탓하기 앞서 희망근로의 관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프로그램을 제대로 짠 지자체가 드물다. 공무원이 근로자들을 멋대로 배치하고 결과 보고를 안 해도 무방하다고 한다. 이러니 밑빠진 독에 물붓기 사업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재정이 알뜰하게 집행되도록 사업의 선정과 관리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2009-12-0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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