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스’ 외교안보당국 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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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2-05 12:38
입력 2009-12-05 12:00

“우리 얘기 보는 듯” 당국자들 시청 열기 “한밤 DMZ통과 힘들다” 옥에 티 지적도

외교안보 부처 고위 당국자인 A씨는 요즘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웬만하면 술 약속을 잡지 않는다. 집에서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인기 드라마 ‘아이리스’를 시청하는 일이다. 남북간 첩보전이란 소재가 우리 드라마 환경상 여간 희귀한 게 아닌 데다, 직업상 마치 자신의 얘기를 보는 듯 감정이입이 쉬운 탓이다.

비단 A씨뿐 아니라 그의 부하 관료들 대부분도 역시 아이리스 마니아다. 때문에 당국자들 사이에선 요즘 “아이리스를 보지 않으면 왕따”라는 농담도 나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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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면 왕따” 농담도

요즘 통일부나 외교통상부, 국정원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화제도 바로 아이리스다. 양창석 통일부 정세분석국장은 “남북관계 주무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드라마 소재 자체에 큰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라면서 “과거 남북 비밀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쉬리’만큼 직원들이 관심을 갖고 많이들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눈높이는 일반 시청자들과는 다르다. 북한 전문가답게 “그 장면은 현실과 다르다.”거나 “그 장면은 그럴듯하더라.”라는 감상평을 빼놓지 않는다. B당국자는 “국정원격으로 나오는 NSS는 비밀 조직인데 ‘NSS’라고 대문짝만 하게 찍힌 유니폼을 입고 활보하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통일부 대변인실 김기혁 사무관은 “북측 첩보요원 윤철영(김승우 역)이 남북 양측 합의 하에 늦은 밤 군사분계선(MDL)을 건너 북한으로 가는 장면을 보면서 ‘군사분계선 월경은 통일부 허가를 받은 다음 국방부와 북한군의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저렇게 늦은 시간대에는 힘들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원고 감수 소문까지

C당국자는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아이리스 드라마가 허구임을 알면서도 자꾸 현실과 다른 점을 지적하게 되는데, 그러면 아내로부터 핀잔을 받기 일쑤”라며 웃었다.



일각에서는 핵과 관련한 민감한 소재가 너무 허무맹랑하게 나가면 곤란하기 때문에 국정원이 원고를 감수해 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얼마 전 아이리스가 광화문 세종로를 오랜 시간 막아 놓고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막강한 시청자들을 ‘보유’했기 때문은 혹시 아닐까.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9-12-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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