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뒷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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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18 12:52
입력 2009-11-18 12:00
민주당이 고민에 빠졌다. 각종 정치적 화두나 이슈를 여권에 선점 당하면서 대안정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말 국회에서 총력전을 벼르고 있는 터라 조바심은 더하다. 의제설정(어젠다 세팅)에서 밀리면 정국 주도권 싸움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급기야 민주당은 17일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포용적 성장’의 ‘저작권’을 주장했다.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을 맡은 김효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포용적 성장은 이미 지난 4월 우리가 뉴민주당 선언에서 발전전략의 하나로 제시한 것”이라며 ‘원조’(元祖) 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는 “뉴민주당이 가려는 방향이 세계적인 흐름이나 맥락과 일치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포용적 성장을 하려면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4대강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좋은 용어를 차용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도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전매 특허’인 ‘중도실용, 친(親) 서민’의 화두를 이 대통령에게 빼앗기면서 정국의 중심에서 밀려났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민주당이 미디어법 무효화에 집중하는 동안 세종시 문제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외국어고 문제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이 논의를 주도하게 된 사례도 떠올린다.

뒤늦게 이를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진표·이종걸·안민석·김재윤·김효석 의원은 16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외고 문제에 대한 당론을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참석 의원은 “그동안 외고 문제와 관련해선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여권을 공격하는 수준에서 대응해 왔지만, 더 이상 주요 이슈에서 밀려나선 안 된다는 자성에 따라 모임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2009-11-1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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