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e북 시장… 지식유통 빅뱅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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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10 12:42
입력 2009-11-10 12:00
컴퓨터가 발달하면 책과 신문이 사라지리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누구나 프린터로 콘텐츠를 인쇄할 수 있어 종이 사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전자책(e북)이 다시 한번 ‘종이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저자가 글을 쓰고, 출판사가 책으로 펴내 서점이 유통시키던 ‘지식 유통’ 구조를 전자책은 과연 허물 수 있을까?

미국에선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초부터 전자책 단말기(e리더)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더니 벌써 200만대 이상 판매됐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 만든 단말기 ‘킨들’(1500권 저장 가능)은 1년에 50만대가 팔렸다. 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스도 지난달 21일 ‘누크’를 선보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구글은 더 야심차다. 구글은 이미 전 세계 주요 도서관의 장서를 1000만권 넘게 스캔해 디지털화했다. 저작권이 해결된 도서를 전 세계 전자책 업체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주문형 출판 시스템인 ‘에스프레소 북 머신’을 통해 15분 만에 책 1권을 찍어내는 사업도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2018년에는 전자책 시장이 90억달러(약 10조 6000억원)로 성장해 미국인의 3분의1이 종이책이 아닌 e리더에서 책을 읽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유통의 뼈대는 갖춰 가고 있지만 정작 읽을 만한 콘텐츠가 없어 ‘반신반의’ 상태다. 삼성전자와 아이리버 등 전자제조업체들이 단말기를 출시했고, 온·오프상의 대형 서점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KT, LG텔레콤 등 통신사도 미국의 AT&T처럼 이동통신망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년부터 내놓는다.

하지만 국내 최대 업체의 콘텐츠가 5만여권에 불과한 실정이며, 더구나 베스트셀러는 찾아 볼 수 없다. 아마존이 킨들을 통해 35만권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판권을 소유한 출판사가 전자책 시장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주세훈 본부장은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저작권이 종료됐던 수많은 고서가 다시 살아나고, 이름 없이 사장되는 많은 책들도 빛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판업계 관계자는 “음원이 불법 다운로드로 어떻게 망가졌는지 뻔히 아는데, 섣불리 그 길을 갈 수 있겠냐.”면서 “값싼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경우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신문사 33곳을 보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이 모든 종류의 e리더에 동일한 요금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수익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문화관광부 저작권 담당자는 “요즘은 출판사들이 저자와 출판권은 물론 디지털 유통을 위한 전송권 계약까지 맺고 있어 출판사가 결심만 하면 전자책 시장은 활성될 수 있다.”면서 “저작권자, 출판사, 서점, 단말기 제조사가 윈윈하는 모델 발굴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9-11-1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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