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식 사회주의·한국식 민주주의/박홍환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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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07 12:00
입력 2009-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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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환 사회부 차장
박홍환 사회부 차장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건국 60주년을 맞은 지난달 1일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전 중국인들을 상대로 이렇게 외쳤다. “신중국 60년 동안 이룩한 발전은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개혁·개방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계속 걸어나가 중화민족 부흥이란 목표를 실현하자.” 이른바 ‘중국식 사회주의’가 중화민족을 부흥의 길로 이끌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30년간 놀라운 발전을 이뤄 지금 ‘G2’(중국과 미국)로 대접받는 중국의 위상을 생각하면 이런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중국에 살면서 일반적 중국인들의 생활을 직접 접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며칠 전 아들 녀석의 체온이 갑자기 38도 가까이 올라 화들짝 놀라 병원을 찾은 일이 있다. 신종인플루엔자가 만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급해졌다. 다행히 검사 결과 계절성 인플루엔자로 밝혀져 며칠치 약만 조제받았는데 검사비와 약값으로 550위안(약 9만 4000원)이 청구됐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의 평균소득에 비해 진료비가 턱없이 높다고 생각해 자주 왕래하는 중국인 친구에게 사정을 말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진료비가 너무 비싸 웬만하면 약국에서 약만 사먹는다는 설명이다.

자주 다니는 식당 종업원의 대답은 더욱 황당했다. 남편, 8살짜리 아들과 함께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에서 몇년 전 베이징으로 옮겨와 살고 있는 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건강체질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월급이 1000위안에 불과한데 어떻게 감기 치료 한 번에 500위안을 지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에서 ‘칸빙난,칸빙구이’(看病難,看病貴·진료받기가 어렵고 비싸다)가 유행어가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올 2월에는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백혈병 치료를 포기한 채 고향으로 돌아가던 여자 어린이가 톈진(天津) 기차역에서 우연히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 무상치료를 약속받은 일이 화제가 됐다. 총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 아이는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세상과 이별했을지도 모른다.

비단 ‘칸빙구이’ 문제만이 아니다. 개발 후유증으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빈부 격차를 계량화한 지니계수(0과 1사이에서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낮음)는 이미 0.5에 육박하고 있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0.3정도였다고 한다. 후 주석 등 중국 지도자들이 ‘중국식 사회주의’의 성과를 자랑하고 있는 사이에 사회주의의 주인인 ‘인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우리도 일부 지도자가 잘먹고 잘살아야 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한국식 민주주의’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들은 입을 다문 채 죽어라고 일만 했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경제 성장은 그렇게라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그 당시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알고 있었다. ‘한국식 민주주의’는 절대로 민주주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지금의 중국 인민들도 모두 알고 있을지 모른다. ‘중국식 사회주의’는 절대로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지난달 출장길에 만난 택시기사 탕(湯)씨는 “지금 중국에서는 돈이 최고의 가치”라며 “부자와 가난한자로 계급이 나뉘었는데 이게 무슨 사회주의냐.”고 반문했다.

중국이 지난 60년, 아니 지난 30년간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과 발전이라는 목표 때문에 인권, 자유, 분배 등 소중한 가치가 훼손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것을 ‘중국식 사회주의’라고 호도해선 안 된다.

박홍환 베이징특파원 stinger@seoul.co.kr
2009-11-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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