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건설 경영난에 극심한 스트레스
수정 2009-11-05 12:40
입력 2009-11-05 12:00
박용오 前두산그룹회장 자살 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최초 목격자인 가사도우미와 병원으로 후송한 운전기사의 진술, 자택에서 발견된 유서 등으로 보아 고인이 자택 드레스룸에서 넥타이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가사도우미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고 달려간 박 전 회장 자택 경비업체 직원은 “회장님이 와이셔츠를 입은 채 방에 쓰러져 있었는데 목에 넥타이가 감겨 있어 가위로 잘랐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의 사망 원인을 놓고 한때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자살은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작성된 사체검안서를 근거로 한 것이었다. 검안서에는 사망 원인이 ‘급성심장사’ ‘병사’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목을 맨 흔적을 발견했고,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로부터 박 전 회장이 넥타이로 목을 맸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후 경찰 과학수사대가 자택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살을 뒷받침하는 유서를 찾아냈다.
박 전 회장이 남긴 유서 내용으로 볼 때 박 전 회장은 성지건설의 경영난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동생인 박용성 당시 그룹 회장과의 다툼(형제의 난)으로 그룹에서 물러난 박 전 회장은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해 재기를 노렸으나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차남 중원씨의 구속도 박 전 회장에게 큰 충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회장의 최측근 직원은 “최근 눈에 띄는 신변변화는 없었다. 원래 회사운영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여러 명의 재계 총수 및 최고경영자들이 박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했다. 2003년 8월에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서울 계동 현대 사옥 본관 12층 집무실에서 투신자살했다. 2004년 8월에는 검찰조사를 받던 남상국 대우건설 전 사장이 서울 한남대교 위에서 투신 자살했다.
박 전 회장과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중국 출장 일정을 앞당겨 이날 오후 8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급히 귀국했다. 박 회장은 곧바로 박 전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처음에는 함구하다가 “놀랍고 착잡하다.”고 짧게 말했다. 빈소는 정운찬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들이 보낸 조화로 가득찼으며 밤 늦게까지 조문이 이어졌다. 조문객은 상주인 장남 박경원 성지건설 부회장과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박중원 성지건설 전 부사장이 맞았다. 중원씨는 영정 사진에 절한 뒤 형인 경원씨를 끌어안고 오열했다. 재계에서는 구본무 LG 회장이 일찍 빈소를 찾아 “아깝게 돌아가셨습니다.”라며 아쉬워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2009-11-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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