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요산의 휴머니즘 정신 아래 화합할 때/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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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1-03 12:00
입력 2009-11-03 12:00
국제 영화제와 불꽃 축제가 부산의 초가을을 열더니 요산 문학제가 이어지면서 부산의 만추를 적시고 있다. 별들의 행진과 불의 향연은 가을밤에 스러지고 영혼을 살찌우는 인문학의 잔치가 제격이다. 영화와 불꽃, 그리고 문학제라는 절묘한 순열이 세상살이의 행복샘을 자극한다. 마치 오감의 카타르시스 뒤에 허탈함이 따르니 정신의 허기를 돋우라는 자연의 이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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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해 8일까지 열리는 ‘요산 문학제’를 바라보는 기대가 남다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그래도 개항 이후 부산이 내세울 수 있는 ‘정신적 가치’는 요산 김정한(1908~1996)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41편의 소설을 발표한 요산의 문학적 업적과 기법은 잘 알려졌다. 작품 속에 스며있는 사상과 가치관은 말할 것도 없고 문체와 사투리에 이르기까지 면밀하게 해석한 평론, 논문을 접속하기도 어렵잖다. 작품 속에 녹아있는 요산의 문학 정신은 한마디로 ‘사람답게 살아라.’라는 것이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는 글귀는 요산이 원로 소설가 최해군에게 직접 뽑아준 대표적 구절이다.

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은 꼬장꼬장한 정신 속에 깃든 성실과 치열함이다. 작품을 쓰기 위해 식물도감까지 만들 정도였다. 1970년대 후반 요산은 동아대생들에게 “세상에 이름 모를 꽃이 어디있나. 작가 자신이 이름을 모를 뿐이지. 이런 무책임한 표현을 쓰지 말라.”고 일갈했다.

올해 요산문학제 테마는 ‘요산 정신,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다. 지난해 탄생 100년을 맞아 ‘요산은 살아 있다’는 캐치프레이즈의 속편이다. 올 문학제는 창작기금이 신설됐고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이 특징이다. ‘사진으로 보는 요산의 삶과 정신’ 전시회와 요산이 한때 교직에 몸담았던 경남 통영으로 문학기행을 떠나는 것도 이채롭다. 참가 문인단체의 외연도 확대됐다. 부산문인협회 부산시인협회 한국펜클럽문학회 부산지회 등을 포함해 요산기념사업회가 주관한다.

그러나 문단 내부의 불협화음을 극복하지 못한 점은 옥에 티다. 부산작가회의가 불참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요산 문학제에 문단이 모두 참여해 최대 규모로 단합을 과시하자는 뜻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요산기념사업을 주관해온 작가회의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은 기념사업에 손실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작가회의 측의 불참 선언에 대한 배경이 아직은 정확하게 공개되지는 않은 것 같다.

기념사업회 측은 범 문단의 행사로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작가회의는 기념사업회 측이 문학제의 정체성을 흔든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갈등과 대립은 세상살이의 한 모습일 수도 있다.

그래도 요산 정신이 ‘지역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숙성되는 가운데 양측 관계자 일부가 서로 돌아앉은 듯한 모습은 협량스럽게 보이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요산의 삶과 정신을 공감하고 실행하는가에 달렸다.

요산 정신은 문학인만 누리는 것보다 보통 사람이 함께 느끼고 실천할 때 감동이 배가 된다. 누구나 요산의 삶을 이야기하고, 요산 문학을 비평할 수도 있어야 ‘요산은 살아 있고, 또 새로운 100년을 향하여’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요산 기념사업회 측이나 작가회의 측이 대승적 견지에서 양보와 포용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산 정신은 혼탁한 우리 사회에 공명을 주는 곧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박창호 부산도시공사 감사
2009-11-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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