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자살관광 가려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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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10-30 12:00
입력 2009-10-30 12:00

불치병·시한부 입증해야 허용… 내년 법 제정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로 꼽히는 스위스. 이곳 관광객들이 모두 행복에 겨운 것만은 아니다. 그 중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이 낯선 곳을 찾는 말기환자들도 섞여 있다.

자살 관련 법률이 어느 나라보다 관대한 스위스는 의사가 불치병이라고 판단한 환자의 자살을 돕는 것을 인도적 행위로 간주해 허용하고 있다. 단, 의사나 제3자의 도움 없이 환자가 직접 자신의 몸에 독극물을 투여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안락사와는 다르며, 보통 ‘조력 자살’(assisted suici de)로 불린다.

취리히의 대표적 조력자살기관인 ‘디그니타스’는 1998년 비영리단체로 설립됐지만, 현재 환자 1명당 보통 6000유로(1060만원)를 자살 비용으로 청구하고 있다.

디그니타스와 연계된 의사에게 의료 기록을 보내 불치병 판정을 받으면 자살 희망자는 취리히로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 장소는 취리히의 한 아파트. 살인 혐의를 피하기 위해 디그니타스 직원과 환자의 친척 등 두 사람의 증인이 입회한 가운데 환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고체 독극물을 삼키거나 정맥주사 스위치를 열어 ‘영원한 잠’에 빠져든다. BBC는 지금까지 디그니타스에서 자살한 영국인만 100명이 넘는다고 28일 보도했다.

이 ‘자살 관광’은 지난 7월 영국의 유명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가 부인 조앤과 함께 디그니타스에서 생을 마친 일이 알려지면서 논란의 도마에 본격 올랐다.

불치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까지도 디그니타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수익사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스위스 정부가 행동에 나섰다. 에벨리네 비드머-슐룸프 스위스 법무장관은 28일 “스위스는 자살 여행지로 매력을 끌고 싶지는 않다.”며 조력자살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안은 내년 3월 중 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새 법안에 따르면, 조력자살을 원하는 환자들은 불치병에 걸렸다는 점과 수개월 안에 사망한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실 등 2가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단순 만성질환자나 우울증 등 정신병 환자는 자살을 허용 받기 어렵게 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09-10-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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