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핵폐기 우선” 회담 가능성 제동
●北, 여러경로로 관계개선 원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보 공유 차원에서 (정상회담 가능성 여부에 대해) 미국 정부 쪽에 전달했는데 미국 내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면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북한이 보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사절단과 면담했을때에도 비슷한 뜻을 전했고, 그동안 여러 경로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이동관 홍보수석은 “최소한 남북정상회담 문제에 관한 일관된 원칙과 대의에 입각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며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에 열린 자세로 대응하되, 원칙에 어긋나거나 정략적 계산을 갖고 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청와대가 남북대화에 관한 지나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보다는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기존의 태도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북측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핵 포기를 통한 개방에 나설 때 대북 지원 규모를 높여 간다는 전략 방침을 천명한 상태다.
●이른 시일내 만남 어려울 듯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이 같은 실용주의 관점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북핵 등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벤트식 정상회담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청와대측의 판단이다. 북한은 미국뿐 아니라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시도하지만 아직 핵 문제에서는 자세를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른 시일내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미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당국자의 단순한 말실수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제프 모렐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당국자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회피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주한 외교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다과회에서 “북한도 이제는 핵을 포기할 때가 됐고 (지금이)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핵포기를 전제로 한 남북정상회담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