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 뜯어보기] 농심 둥지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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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9-19 00:58
입력 2009-09-19 00:00

둥지모양 내기까지 재료 150t 들어

불황에도 히트상품은 탄생했다.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잡은 회사도 있고,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발품을 팔며 틈새시장을 개척한 회사도 있다. 성공 제품의 공통점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과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뚝심으로 제품을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올해 히트한 주요 상품의 성공 원동력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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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은 여름 음식이다? 농심 둥지냉면이 이 공식을 깨뜨렸다. 냉장하지 않고도 유통시킬 수 있고, 1인분씩 낱개로 포장해 라면처럼 쉽게 끓여 먹을 수 있게 한 둥지냉면이 출시 1년 만에 히트상품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해 5월 출시된 뒤 지금까지 기록한 매출액이 320억원, 최근 월평균 320만개씩 21억원어치가 팔렸다. 여름에 가장 잘 팔리기는 하지만, 겨울에도 매달 10억원이 넘는 매출고를 기록했다.

농심은 부산 녹산공장의 2개 설비 라인에서 둥지냉면을 생산하고 있다. 수요가 증가해 내년부터는 미국과 중국 공장에도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타이완과 태국 등에서 사출기를 사용해 쌀국수를 뽑아 제품화하는데 이틀이 걸리는데, 농심은 원료투입에서 포장까지 2시간 만에 완성되는 설비를 만들었다. 같은 원리로 쌀국수 등 후속제품도 내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라면 제조 노하우를 보유했다고 자부하는 농심도 냉면을 생산하기까지 3년을 연구에 매달려야 했다. 특히 제조 과정에서 녹말에 열을 가해야 하는데, 이때 녹말 점성이 들러붙어 면이 뭉치는 현상을 없애느라 애를 먹었다. 둥지냉면 재료배합 비율과 사출방식을 연구·개발한 강남재 사출생산기술팀장은 18일 “라면은 밀가루면을 늘여서 잘라 만든다. 밀어내는(사출) 방식으로 면을 뽑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20여년 동안 라면이 아니라 양파링·바나나킥 등 스낵을 만드는 팀에서 일했다. 처음부터 라면과는 다른 면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던 것이다.

일단 면을 뽑아낸 뒤 다시 뭉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안해 낸 것은 바람. 동그란 모양으로 형태를 갖춘 이탈리아의 한 스파게티면 업체가 면 모양을 바람으로 잡았다는 설명을 듣고 착안했다. 스파게티면보다 점성이 높아 뽑자마자 뭉치는 냉면을 둥지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바람의 방향과 강도 등을 맞추는 일은 어려웠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동안 들어간 재료량만 150t 분량. 둥지냉면 120만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지난해 3월17일 시범생산을 하고 보름쯤 지났을 때에는 면이 끊어지고 부서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개발한 둥지냉면이 전 직원의 고민거리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강 팀장은 “면에 함유된 수분 확산을 조절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면서 “해결책은 재료와 수분의 배합비를 조절해 가장 적절한 비율을 찾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강 팀장은 그 배합비를 찾아냈다.

요즘은 후식으로 둥지냉면을 제공하는 고깃집도 생겼다. 면을 삶지 않고 찬 물에 25분 정도 담가 뒀는데, 면이 먹을 수 있게 불었다는 체험담도 농심 측에 전달됐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2009-09-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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