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의 종횡무진] 스포츠를 통해서 배우는 소통
수정 2009-09-16 00:00
입력 2009-09-16 00:00
모든 작전은 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스포츠는 동일한 목적을 가진 상대 팀과의 피 말리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 레저와 스포츠가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하는 대목이 이 부분이다. 스포츠는 모든 과정이 승리라는 목표를 향하여 일직선으로 전개된다. 내부 동료와의 경쟁도 필연적이다. 주전 경쟁에서 이겨야 본 무대에 올라 수많은 팬들 앞에서 상대 팀을 만날 수 있다.
사실 말이 ‘경쟁’이지 큰 틀에서 보면 동료는 큰 목적을 함께 성취하기 위한 동반자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행동 양식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일상 생활이나 훈련 과정에서 누구보다 따뜻하게 서로를 격려해 줘야 하는 관계이다. 협조와 경쟁,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주도면밀하게 유지해 가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이 ‘경기’에서 흔들리면 상대 팀에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래서 감독들의 스타일을 평가할 때 지장·용장·덕장 같은 비유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덕목으로 팀내 경쟁을 팀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끌어내는 감독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명장’이라고 부르게 된다.
축구에서는 포항 스틸러스의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대표적이고, 야구에서는 선두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SK의 김성근 감독이 꼽힌다. 두 감독은 ‘팀 내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 전날까지 ‘베스트 일레븐’을 중심으로 전술 훈련을 하였음에도 막상 당일에는 전혀 다른 구성으로 경기에 임하기도 한다. 선수들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공 하나하나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작전을 구사하는 김성근 감독은 최근 팀 창단 후 최다 연승 기록을 세웠다. 이제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두 감독의 지도 스타일은 뚜렷이 차이가 난다. 파리아스 감독은 선수들과 어울려 식사도 하고 농담도 한다. 반면 김 감독은 코치들과도 밥을 함께 먹지 않는다. 권위 의식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를 편애한다는 얘기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선수와 팀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저마다의 방법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누가 봐도 가당찮을 행동을 자기 나름의 ‘개성’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발간된 어느 출판 전문가의 책을 보니 비슷한 구절이 있었다. ‘원래 까칠해서’, ‘원래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원래 청소하는 걸 싫어해서’ 등의 시덥잖은 이유를 특별한 개성이라도 되는 양 우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통해 뭔가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부족한 능력이나 부끄러운 버릇을 남다른 개성이나 스타일이라고 우겨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소통’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2009-09-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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