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행원들 ‘PB 신드롬’
수정 2009-09-16 00:34
입력 2009-09-16 00:00
우리銀 ‘사관학교’ 4명빼고 모두 여성… “인정받을 기회”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사내전문 PB인력 양성을 위해 금융권 최초로 개설한 ‘PB사관학교’ 1기생 30명 가운데 여성은 26명이나 뽑혔다. 우리은행은 전체 직원 수 1만 5000명 중 남성이 55%, 여성이 45%를 차지한다.
기존 직원들의 성비(性比)를 고려하더라도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공개 전형에서 합격자의 86.6%가 여성이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PB사관학교나 사관생도 선발 모두 금융권 첫 시도이기에 선발 과정은 어느 때보다 깐깐했다는 평이다.
자격 요건은 입행 경력 10년차 이상인 과장급 가운데 공인재무설계사(AFPK) 자격을 보유한 사람으로 제한했다. 경쟁률만 20대1. 이어 한 달여간 서류심사를 했고, 인성·적성검사와 심층면접 등을 통해 공정성을 더했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PB사업본부 관계자는 “사내 경쟁이고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 맞춰 선발하는 것인 만큼 절차와 공정성에도 어느 때보다 신경썼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성비가 너무 한쪽으로 쏠리자 은행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PB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여성 신청자가 60%여서 (여성)합격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90%에 육박할 줄은 몰랐다.”면서 “현장(PB센터)에선 여성들 이상으로 남성을 원하는 수요도 많은데 사관생도가 너무 한쪽으로 쏠려 사실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은행권 내부에선 PB되기에 여성들이 몰리는 것은 국내 금융계에 존재하는 ‘유리천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에서 여전히 여성의 진급이 미진하기만 한 현실에서 여성 은행원에게 PB되기는 일종의 ‘고시(高試)’처럼 직장내 신분상승 기회로 여겨진다는 뜻이다.
PB사관학교에 지원했던 한 여성 과장은 “여성 행원이 PB가 된다는 것은 은행권에서 성별과 상관없이 능력을 인정받고 대우도 받을 기회를 얻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성은 PB시험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르다는 평이다. 면접에 참가한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성과 남성은 (PB)시험을 준비하는 태도부터 면접을 치르는 자세까지 확연히 다르다.”면서 “여성합격자가 많은 것은 이 같은 태도의 차이가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에서 여성이 가장 높게 올라간 직급은 부행장이다. 그나마 전체 은행을 통틀어 7명인데 은행권 전체 부행장급 이상 임원 수가 200여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9-09-16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