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제3차 국공합작과 한국의 선택/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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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7-23 00:58
입력 2009-07-23 00:00
‘나의 형제 순류(順溜)’. 중국중앙TV(CCTV)가 방영하고 있는 화제작으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2차 국공합작(1937~1945년) 시 항일전쟁을 배경으로 인민해방군의 저격수인 순류를 주인공으로 한 연속극이다. 중국 출장길에 우연히 보게 된 필자는 깜작 놀랐다. 극 속에서 국민당 군대는 더 이상 적이 아닌 친구로 묘사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숱하게 보아 왔던 중국 연속극들과는 느낌이 천양지차였다. 중국인들의 국민당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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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형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문형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5월 중국 공산당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와 타이완 국민당 우버슝(吳伯雄) 주석 간의 역사적 만남 이후 제3차 국공합작의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금융위기로 어려워진 타이완 제품 사주기 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기 형태로 운영되던 중-타이완 간 직항노선도 금년 8월부터 정기노선으로 전환된다. 중국의 흡수통일전략인 삼통(通商, 通郵, 通航)정책이 30년 만에 커다란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의 통일전략에 대해 타이완의 천수이볜(陳水扁) 정부는 타이완 독립론으로 강경하게 맞서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였다. 그러나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륙정책은 완전 개방 일변도로 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제조업, 서비스업, 공공건설업을 포함한 192개 업종에 대해 대륙자본의 타이완 투자를 허가하였다.

무엇이 타이완을 이렇게 몰아가고 있는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중 부인할 수 없는 하나는 한국산업에 대한 타이완의 경계심이다. 중소기업 위주의 타이완 경제는 규모의 경제와 연구개발비 부족으로 인해 원천기술 확보와 새로운 산업 개척에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전자정보 등 주력 산업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타이완 경제의 미래를 암담하게 하고 있다. 타이완이 중국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02년 12.9%에서 올 5월 현재 8.2%로 대폭 낮아졌다. 순위도 2002년에는 일본 다음의 2위였으나 2004년에는 한국에 밀리고 올해는 미국에까지 밀려 4위로 주저앉았다. 타이완 정부와 업계가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중국과 타이완 간에 우리의 FTA에 해당되는 경제협력체제협정(ECFA)에 대한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중국의 자본과 시장, 타이완의 기술 결합에 이어 관세와 투자 장벽마저 없어진다면 양안 경제는 더욱 밀착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우리 경제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당장 우리 기업들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중국정부의 타이완 제품 사주기로 인해 중국 내수시장에서 LCD-TV의 우리 제품 점유율이 대폭 하락하고 있다.

제3차 국공합작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다양한 대비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다는 차원에서 타이완과의 협력강화 방안을 검토해 봄직하다. 1992년 한·중 수교를 계기로 위축되었던 타이완과의 관계를 개선해 보자. 한국의 기술력, 타이완의 중국시장 침투력을 결합시키면 중국 내수시장 개척이 한결 용이해진다.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중 FTA 협상도 보다 적극적인 시각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타이완 사례에서 보듯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성장산업 발굴과 원천기술 확보이다. 중국과 타이완을 앞선 탁월한 기술력만이 우리의 가치와 생존을 보장한다.

‘나의 형제 순류’의 결말은 주인공 순류가 일본군이 아닌 국민당 군대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제2차 국공합작의 비극적 종말을 암시하는 것이다. 순류의 죽음이 상징하듯 제3차 국공합작이 어떤 결말을 지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경로나 결말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매우 클 것이다. 우리가 중국과 타이완 간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2009-07-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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