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진화 한눈에
수정 2009-07-18 00:42
입력 2009-07-18 00:00
【 네거티브 전쟁 】 데이비드 마크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미국 정치 분야의 베테랑 기자인 데이비드 마크는 ‘네거티브 전쟁’(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을 통해 미국 건국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러졌던 수많은 선거를 사례로 제시하며 네거티브 선거 운동의 진화를 보여 준다. 각각 정치부 기자로,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국내 정치 현장을 경험했던 양원보와 박찬현이 옮겼다.
미국에서 TV 정치 광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는 1964년. 대선에서 현직 대통령인 린든 존슨(민주당)과 배리 골드워터(공화당)가 맞붙었다. 냉전 시대라 핵무기로 인한 불안감이 짙게 드리워진 시절이었다. 존슨 캠프는 정치 광고 역사상 최고 명작으로 꼽히는 ‘데이지걸’이라는 광고를 내보낸다. 30초짜리 이 광고에는 들판에서 데이지 꽃을 따며 꽃잎을 세는 한 소녀가 나온다. 카메라는 소녀를 클로즈업하고 갑자기 카운트다운을 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면은 곧 핵폭발로 인한 버섯 구름으로 뒤덮이고 존슨이 등장해 지지를 호소한다. 딱 한 차례 방송된 이 광고에는 골드워터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다. 그러나 선거 기간 내내 여러 매체를 통해 회자되며 극우보수파의 지도자였던 골드워터가 핵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암시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네거티브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는 것만은 아니다. 196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애드먼드 팻 브라운(민주당)은 로널드 레이건(공화당)의 도전을 받는다. 브라운 캠프에서 내보낸 한 광고에는 브라운이 어린이에게 “넌 누가 에이브러햄 링컨을 쐈는지 알지?”라고 농담을 건네는 장면이 등장한다. 링컨이 배우 출신에게 암살당했다는 사실과 레이건이 배우였다는 점을 빗댄 것. 하지만 이 광고 때문에 브라운은 비열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됐고, 결국 레이건이 이겼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선거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네거티브 때문에 유권자들이 선거에 흥미를 잃는 경우도 있지만 당파성이 최고조에 달한 선거에서 투표가 오히려 늘어난 경우도 있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저자는 “포지티브 캠페인은 진짜 핵심 정보를 생략할 수 있어 유권자들의 오판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후보자들의 대응도 공직을 어떤 식으로 수행할지 미리 보여 주는 척도가 된다. 저자는 “후보자들이 선명하고 뚜렷한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스스로와 상대 후보간 차이점을 분명히 할 때 궁극적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유권자”라고 강조한다.
물론 전제가 따라붙는다. 네거티브는 최소한의 사실(fact)이 존재해야 하며 치졸한 속임수나 사기와는 구분해야 한다. 또 네거티브 때문에 투표가 왜곡되는 경우도 있지만 유권자 스스로 최소한의 노력을 들인다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좋다는 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 시민단체들이 펼쳤던 2000년 16대 총선과 2004년 17대 총선에서의 낙천·낙선 운동을 떠올려 보자. 뜨거운 논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16대 때 낙천·낙선 운동은 유엔이 ‘올해의 시민운동’으로 선정해 다른 나라에 전파되기도 했다. 1만 9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09-07-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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