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관리자제 시행 때까지 사업 늦추자” 재개발 감속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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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7-14 00:58
입력 2009-07-14 00:00

조합원 분담금 최대 1억 절약… 곳곳서 총회무산·비대위 구성

“조합원 분담금이 낮아진다는데 천천히 합시다.”

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공공관리자제도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구청장이나 주택공사, SH공사 등 공공관리사업자가 사업 초기부터 적극 개입해 재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는 이를 통해 조합원 분담금을 최대 1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이 분담금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될 때까지 사업을 늦추자며 조합원 총회를 무산시키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공관리자제도가 조합원 분담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알려지면서 조합원들이 제도가 도입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사업방식을 바꾸려는 의견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강북구 장위뉴타운 7구역은 조합설립 인가까지 났지만 최근 조합원들 사이에 사업연기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조합 재구성 논의가 제기됐다. 장위뉴타운 4구역에서는 이미 시공사까지 정해졌지만 사업을 전반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일부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구역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비대위가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되는 연말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자고 주장, 총회가 뒤로 미뤄졌다.

이처럼 재개발 사업지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서울시가 추진위가 구성된 곳까지는 공공관리자제도를 의무적용하기로 했지만 조합설립인가가 난 곳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합의하면 이미 결정된 시공사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 15구역도 혼선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이 구역에서는 그동안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해 왔으나 공공관리자제도 도입 방침이 나오면서 다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비대위는 “서울시가 지원해 준다는데 왜 우리 돈을 들여서 사업을 추진하느냐.”고 나서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갈렸다.

공공관리자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요구가 증가하면서 현재 방식대로 추진하자는 기존 조합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자칫 법정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노원구 상계뉴타운 3구역에서는 추진위와는 별도로 ‘권익위원회’가 나서서 사업 추진을 늦추자며 힘을 모으고 있다.



한 도시정비사업체 관계자는 “주민들 사이에 공공관리자제도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퍼지고 있다.”면서 “시가 법 제정을 서두르고, 경과규정 등을 두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선이 빚어지자 서울시도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은 “추진위 단계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면 이미 선정된 설계자나 도시정비사업자는 인정해줄 계획”이라면서 “하지만 재개발 과정에서 공공의 역할 증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큰 틀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2009-07-1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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