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말한다] 한국인의 다양한 삶을 조망
수정 2009-07-11 00:56
입력 2009-07-11 00:00
【 생애의 발견 】
‘생애의 발견’(인물과사상사 펴냄)은 한국인의 삶을 유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15개의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조망한다. 청소년, 연애와 결혼, 주부, 중년 남성, 노인 등에 대해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그 방대한 주제들을 하나의 책 속에 아우르는 작업엔 무리가 따른다. 그런데도 이 어려운 일에 도전한 것은 우리가 다른 세대나 이성(異性)의 경험 세계에 대해 워낙 무지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사회 현상으로 보면 나이와 성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듯하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흉내를 내고, 중년이나 노년은 젊게 보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남성들이 독점해온 공적 영역에 많은 여성들이 진출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특별하게 관리하는 ‘초식남’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경험들이 섞이고 수렴된다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히려 더욱 간극이 벌어지는 듯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생애의 다른 단계나 처지에 있는 삶들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 입체적인 맥락 속에서 포착되는 자화상의 밑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살아온 날들의 경험으로 현재를 가치 있게 만들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다. 자기의 인생과 그 메시지를 후배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어른, 그 스토리텔링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젊은이들은 행복하다. 우리에게 그러한 성찰과 소통의 언어, 그리고 이질적인 세계에 대한 열린 마음이 절실하다. 표면의 차이를 넘어서 심층의 공감에 이르러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분석에 머물지 않고, 각각의 라이프코스를 어떻게 통과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이나 주장까지 나아간다. 그 부분이 저술의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 상투적인 설교가 아닌 냉정한 물음과 뜨거운 모색을 시도했으나 내공의 부족을 절감했다. 지적 능력이 미흡하기도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치열함이 모자랐다. 글쓰기는 그 비좁은 한계를 확인하고 돌파하는 모험이다. 외형적인 지표와 허세에 휘둘리느라 진정으로 좋은 삶이 무엇인가를 질문하지 않는 시대에, ‘너’ 속에서 ‘나’를 비춰보면서 ‘우리’의 테두리를 확장하고 다양한 생애를 상상하는 힘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1만 3000원.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2009-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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