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 된 자동차 주행계에 700㎞만 찍힌 이유
수정 2009-06-25 00:00
입력 2009-06-25 00:00
한 눈에 보기에도 멀쩡하지요? 전 지금까지 네 분의 주인님을 모셨답니다.맨 마지막 주인님은 미 오레곤주의 마크 영 님이시랍니다.그 분은 지난해 절 구입하셨는데 두 번째 주인님인 윌리엄 윌슨 님이 공구함에 넣어둔 메모를 보고 제 이력을 궁금해 하셨답니다.
●59년 ‘일생’에 딱 네 분의 주인님만…
네,이쯤에서 제 정체를 밝힐까요.전 1950년 출시된 셰비 클럽 쿠페란 승용차입니다.첫 주인님은 캘리포니아주 모데스토에 사는 제시 트루블러드 여사님이셨어요.그 분은 1962년까지 절 소유하셨다가 윌슨 님에게 넘기셨고 윌슨 님은 2007년 휴지슨의 한 남성에게 절 넘겼는데 그 분은 저를 애리조나주 레이크 하바수에서 열린 경매에서 재빨리 처분해 버렸지요.지금 주인인 영 님은 오레곤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체브 커넥션 경매에서 절 인수했고요.영 님 또한 지난 1월 애리조나주에서 열리는 한 경매에서 절 처분하려고 계획했다가 접어둔 상태랍니다.
이쯤에서 여러분 머릿속에 이런 궁금증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뭐라고? 59년이나 된 차인데 그것밖에 안 뛰었어?’
23일(현지시간) 일간 ‘모데스토 비’의 블로거 제프 자르뎅이란 분이 저와 제 주인님들에 관한 궁금증을 대신 풀어놓으셨어요.영 님은 윌슨 님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온전한 이유를 캐물었답니다.그리고 윌슨 님이 들려준 얘기를 www.chevconnection.com에 올려놓았는데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요.
처음에 제 몸값으로 5만 9000달러로 불렀는데 영 님 스스로 털어놓았듯 “그렇게나 많은 이들이 전화를 걸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거랍니다.
●’남편이 몰던 차 그대로’ 애틋했던 아내
윌슨 님이 전한 사연인즉 이랬어요.트루블러드 부부는 59년 전에 막 나온 절 구입해 타셨는데 어느날 남편 해리가 모데스토 서쪽의 올드 피셔맨스 클럽에 놀러갔습니다.그런데 샌 호아킨 강물 위의 보트가 뒤집어져 한 여성이 물에 빠진 것을 구하려다 그만 심장마비로 숨지고 말았어요.
아내 제시 님이 절 몰고 모데스토로 돌아와 주행계를 보니 413마일이 표시돼 있더랍니다.그 뒤 남편이 30년 동안 운영해온 배관 가게에 그냥 세워둔 것이지요.그녀는 다신 절 몰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웃에서 중고차 가게를 운영하던 윌슨 님은 이 차를 팔라고 매달렸지만 그녀는 한사코 팔지 않았지요.
그러던 1962년 어느 날,제시는 회계원에게 차를 한 대 사주고 싶다고 말했어요.하지만 그 사람은 셰비보다는 램블러 자동차를 더 선호했던 거예요.해서 윌슨 님은 램블러 영업점을 찾아가 1650달러를 주고 새 세단을 사 제시에게 건네고 절 가지시게 된 거지요.제시는 1984년 사망했는데 ‘모데스토 비’의 부음 기사에 따르면 피붙이 하나 남기질 못했어요.
윌슨 님은 올해 81세로 투오룸네 카운티에 살고 계셔요.그는 절 가리켜 “완전 새 차랍니다.”라고 말한 뒤 “(제시는) 주행하지 못하도록 타이어에 제동장치까지 채워뒀더군요.오죽하면 그 안에는 출시할 때 집어넣은 공기가 그대로 들어있겠어요.그 긴 세월 타이어의 공기압은 5파운드도 줄지 않았더군요.”라고 말했답니다.
그는 절 인수한 뒤 20마일 밖에 주행하지 않고 살리다 근처의 집 차고에 두툼한 담요를 씌운 채 보관했답니다.”몰 수가 없더군요.누군가의 차가 들이받아 망가질까 겁이 났던 거지요.”라고 윌슨 님은 말했습니다.윌슨 님이 2007년에 6만달러에 절 넘겼을 때 주행계는 433.9마일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주인님은 레이크 하바수의 경매에 응하기 위해 3마일을 움직였을 따름이고요,영 님은 절 트레일러에 싣고 이동했기 때문에 주행계는 그대로 437마일이 된 겁니다.
첫 주인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미국에서 제 또래 가운데 가장 매끈한 차로 만들었다는 건 다시 설명 안 드려도 괜찮겠지요?
그나저나 저,이렇게 유명해졌으니 몸값도 엄청 뛰겠지요?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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