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유통 첫날] 우울한 은행
수정 2009-06-24 00:00
입력 2009-06-24 00:00
10만원권 수표 퇴장 초읽기… 3조원 운용수익 사라질 판
당장 10만원권 수표가 사라질 경우 은행 손익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은행들은 5만원권 발행으로 자기앞수표 발행과 지급 및 전산 처리에 들어가는 연간 2800억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수표 발행으로 얻었던 이익도 포기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선 고객의 요청으로 10만원짜리 수표를 한 장 발행하는 것은 그 고객으로부터 무(無)이자로 10만원을 예금받는 것과 같다. 수표가 돌고 돌아서 다시 은행으로 들어오기까지 은행은 10만원을 무이자로 굴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사실상 ‘초단기용 10만원권 화폐’를 발행해왔던 셈이다.
우리나라의 한 해 10만원권 수표 발행량은 약 93조원, 평균 유통 기간은 12.7일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은행들은 하루 3조 1000억원의 돈을 무이자로 받아 운용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다만 수표를 발행하는 것은 은행 입장에선 사실상 수표 발행액만큼의 예금을 받는 개념이어서 총액의 7%는 한국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은행은 그동안 수표 발행을 통해 하루 평균 약 2조 8800억원을 무이자로 굴려온 셈이다. 이 돈을 은행권의 평균 대출금리(연 5.4%)로 굴렸다고 가정하면 1555억원, 금융기관 간 단기대출 금리인 기준금리 수준(2.0%)으로 굴렸다고 하더라도 560억원의 이자소득이 생긴다.
5만원권 발행으로 은행이 손해 보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새 5만원권을 인식하는 자동화기기(ATM/CD)를 도입하는 데 대당 500만원이 든다. 전국에 설치된 자동화기기는 2만대가량으로, 은행들은 기기 평균 수명인 5년 동안 10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저축은행업계도 5만원 발행으로 우울한 분위기다. 시중은행과 달리 한국은행으로부터 직접 5만원권을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데다, 최근 1년여 만에 발행금액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는 자기앞수표 발행도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2009-06-2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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