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에밀의 루소가 한국에 온다면/최창일 현대시인협회 이사·시인
수정 2009-06-18 00:00
입력 2009-06-18 00:00
TV 화면에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되었다.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서는 전직 두 대통령은 서로 간에 인사말 한마디 없이 돌아섰다. 대통령이 봉하 마을에 조문을 가지 못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장례식이 끝나는 순간까지 유가족에게 한마디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조차 국민들은 볼 수 없다. 이날 현장에서 지켜본 수십만 국민과 생중계로 지켜본 시선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가슴에 담았을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전립선 수술 일정이 잡혀서 참석하지 못했단다. 누가 뭐래도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청문회에서 세차게 몰아붙인 당시 노무현 의원 모습과 오버랩시키지 않을 수 없다. 건강이 여의치 못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의견이 없다. 어떻든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서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은 국민들의 시선과 마음에 묘한 상상만 남겼을 뿐 위로의 모습이 되지 못한 것 같다.
등산을 가도 삼삼오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화제다. 어떤 사람은 자살은 미학이 될 수 없다고 한다. 다른 무리에선 현 대통령에 대한 질타가 쏟아진다. 자신도 임기가 끝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거냐며 모진 소리를 한다. 일요일엔 교회 목사님의 현 사태에 대한 설교를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은 정치색이 없다. 서울역 광장의 노제에 대단한 불만을 설교했다. 노제란 미신이라는 것이다. 수십만의 사람이 운집한 자리에 기독인이 있었다면 큰일 날이라며 회개하라고 한다. 교회 문을 나서면서 국민들은 어디에 머리를 두고 살아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초등학생이나 내일의 행복을 꿈꾸는 청소년이 전임 대통령의 자살을 묻는다면 무슨 답변이 가장 적합할까? 전직 두 대통령이 눈을 감고 한마디 인사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 잔뜩 화난 표정을 무엇이라고 설명하여 줄까?
교육심리학 전공 교수는 “전두환, 노태우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옥살이는 옳지 않았다. 벌금형으로 마무리했어야 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결이라는 극단적 방법도 자라나는 어린이의 교육문제에 반드시 크게 화가 되는 시간이 올 것이다.”라고 했다. 무형(無形)의 교육에 무척이나 옳지 않은 사례가 된다고 말한다. 보이는 교육만이 능사가 아니다. 무형의 교육은 교실이 아닌 어른들의 일거수일투족으로 청소년의 눈에 다가서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나 현직 대통령은 무형의 교육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듯싶다.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의 집행자를 비롯한 어른들은 무형의 교육의 교사다. 에밀의 저자며 교육론의 권위자인 루소가 한국에 온다면 청소년의 희망은 ‘무형의 교육’에 있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한명숙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영결식장에서 야유를 당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예의 갖춤이 바로 무형의 교육이다. 어떤 이는 영결식장에는 한명숙, 문재인만 보이더라고 한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말로가 초라하다 못하여 대역죄인으로 낙인 찍힌다면 참으로 난감하다.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의 앙케트에서 존경하는 인물란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순위가 나라 밖의 링컨과 케네디, 간디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게 모두 무형의 교육이 무너진 결과가 아닌가!
최창일 현대시인협회 이사·시인
2009-06-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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