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돋보기] KBO 정부입김 언제까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9-06-06 00:50
입력 2009-06-06 00:00

정부 거부로 이상국총장 내정자 자진사퇴

5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상국 사무총장 내정자가 전격적으로 자진 사퇴했다. 승인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 차례에 걸쳐 승인을 미루자 이 총장 내정자가 ‘알아서’ 물러난 것. 4월30일 KBO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으로 내정된 이후 36일 만의 일이다. KBO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할 방침이다.

이 총장 내정자의 사퇴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프로야구 구단주 총회와 이사회에서 내정한 사무총장에 대해 문화부가 승인을 거부한 전례는 없다. 주로 총재 선출과 관련해 정부의 입김이 강했지만 행정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에 대해서는 총재의 의견을 존중해 왔다. 하지만 문화부는 세 차례나 보완하라며 신청 서류를 반려했고 결국 승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화부 김성호 체육국장은 이날 “여론이 좋지 않아 윗선에서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지난주 김대기 문화부 제2차관이 유영구 총재를 만나 이같은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이상국씨가 과거 총장 재직 시절 도덕적 흠결이 있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배임수뢰 혐의 등을 문제삼은 것.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논란이 된 구 여권 인물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남 나주 출신인 이상국씨는 ‘마당발’이라 불릴 만큼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는 민간조직 인사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KBO의 한 관계자는 “프로 4단체 중 아직까지 사무총장 승인권을 정부에서 갖고 있는 곳은 야구뿐이다. 실무 책임자에게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건 심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사무총장 임면권을 자체적으로 행사하는 내용을 담은 KBO의 네 번째 정관변경 승인안이 지난 3일 문화부에 제출된 상태다. 김성호 체육국장은 “아마 그대로 승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 총장 내정자 사퇴와 KBO의 정관변경을 맞바꾼 셈이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2009-06-06 1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