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3대 딜레마] “중소기업·가계 대출금 회수보다 인플레 압력 해소할 카드 준비를”
수정 2009-05-19 00:52
입력 2009-05-19 00:00
‘임시 조치는 이미 다 해놨다, 그렇다면 이제는 근본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경제 딜레마에 대한 전문가들의 핵심 처방은 “지금이야말로 깊이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금융위기를 넘기고 몇몇 기업들이 기운을 차린다고 해서 ‘위기 끝’을 선언하면 달라질 것은 없다는 얘기다.
과잉유동성은 아직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돈이 많이 풀렸지만 중소기업 대출이나 가계대출 등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회수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자금을 흡수하면 되레 주식시장 추가 하락과 가계부채 문제 확산 등의 부작용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슬슬 준비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회복권에 들어가면 과잉 유동성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까지 맞물려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카드를 준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올 하반기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 흡수 정책이 포함된다.
●구조조정 서둘러 부작용 막아야
구조조정을 빨리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적절한 자금 지원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한계기업 위주로 빨리 솎아내줘야 나중에 L자형 경기침체가 왔을 때 생길 수 있는 더 심각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면서 당장 시급한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인수 합병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율방어엔 의견 엇갈려
환율 처방은 엇갈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효과라는 것은 2~3년 동안 2% 미만에 그치기 때문에 고환율이 수출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며 정부의 환율 방어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것은 결국은 수출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환율이 내려 중소기업과 서민 생활이 안정되는 것이 공익에 더 이롭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 관계자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원인”이라는 이색적인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는 “중소기업 지원 운운하면서도 수출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을 내심 포기하지 못하는 게 민주화 이후 정부들의 근본적인 한계”라면서 “이는 당장 손에 잡히는 성장률 수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귀를 열어두라는 충고도 있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현 정부가 위기극복 명분 아래 전문가 집단에 대해 지나치게 물갈이하거나 입단속해놨기 때문에 당분간은 창의적 발상이나 조언이 나오기 힘들다.”며 “미네르바를 비전문가로 매도했으면 전문가들이라도 자유롭게 발언하게 해달라.”고 지적했다.
조태성 최재헌기자 cho1904@seoul.co.kr
2009-05-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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