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검객 “펜싱여제 반드시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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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15 01:40
입력 2009-05-15 00:00

남현희 女플뢰레 국제그랑프리대회 출전… 베잘리와 대결 예고

“이번엔 반드시 베잘리를 꺾어 올림픽 은메달의 한을 풀겠다.”(남현희)

“이번 경기는 세계선수권 전초전이기 때문에 내게 정말 중요한 경기다.”(베잘리)

2009 여자 플뢰레 국제 그랑프리 및 남자 플뢰레 월드컵“A”급 펜싱선수권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세계랭킹 2위 남현희(28·서울시청)가 숙적 발렌티나 베잘리(35·이탈리아)를 꺾겠다는 각오로 구슬땀을 쏟고 있다. 대회를 위해 이날 오전 입국한 세계 최고 검객(세계 1위) 베잘리는 몸을 풀며 지난 3개월간의 유럽투어에서 부쩍 성장한 남현희를 옆에서 유심히 지켜봤다. 둘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마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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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맞수
영원한 맞수 발렌티나 베잘리(왼쪽)와 남현희가 여자 플뢰레 국제그랑프리펜싱대회가 열리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14일 선전을 다짐하며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숙적’ 베잘리에 8전8패 수모


남현희는 3개월간의 그랑프리 유럽 7개국 투어 전 경기에서 메달을 획득(금1·은4·동2)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0㎝가 큰 베잘리와 맞붙어서는 3전 전패. 그는 “베잘리는 항상 제가 닮고 싶은 선수예요. 저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올해 3번이나 결승에서 맞붙으면서 베잘리를 어느 정도 파악했고,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까지 올림픽 4연패, 세계선수권 5연패에 빛나는 ‘여제’ 베잘리. 이날 본격 연습을 앞두고 경기장 주변을 20분 넘게 뛰었다. 기본 체력훈련에 충실한 것이 네살배기 아들 피에로의 엄마 베잘리가 여제로 군림할 수 있는 비결. 훈련 도중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였지만 “이번 대회에서 수비력을 보강해 9월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 남현희와의 대결도 물론 기대된다.”며 웃었다.

남현희가 베잘리를 처음 상대한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인 2001년 여자 플뢰레 그랑프리대회였다. 남현희는 “당시 15-10으로 지긴 했지만, 쉴 새 없이 움직여서 베잘리를 굉장히 힘들게 했던 기억이 나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베잘리가 바로 땅바닥에 쓰러졌으니까요.”라고 돌아봤다. 우상이던 베잘리와의 첫 대면에서 자신감을 얻은 것. 하지만 베잘리와 통산 8번 맞붙어 이긴 적은 단 한번도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도전할 것”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물었다. 남현희는 “베잘리는 항상 춤추듯이 공격을 해요. 공격 타이밍을 잡는 능력도 탁월하고, 심리적인 컨트롤에도 능하죠. 단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선수예요.”라고 평가했다. 베잘리도 “남현희는 움직임이 빠른 것이 강점이다. 내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지만 공격할 때가 언제인지도 아는 훌륭한 선수”라며 칭찬을 늘어놨다.

남현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베잘리에게 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하지만 그의 은메달은 한국 여자펜싱 사상 처음으로 획득한 값진 메달이었다. 154㎝의 ‘땅콩검객’ 남현희는 “어렸을 때부터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경기에 졌다고 우는 아이들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들었죠. 다른 선수들보다 노력을 많이 해야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뛰었어요.”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악바리’로 불리는 그는 2005년 성형파문 당시를 언급하며 “파문 당시 자살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감독님과 선수들이 도와줘 지금의 제가 있게 됐죠.”라고 덧붙였다.

남현희는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은메달에 그쳐 그런지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할 작정이에요.”라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베잘리도 “선수생활은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라면서 “런던에서 남현희와 결승에서 맞붙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36개국 142명의 검객들이 참가해 19일까지 5일간 열전을 펼친다.글ㆍ사진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2009-05-1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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