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 아픔 보듬은 ‘특별한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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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5-09 00:46
입력 2009-05-09 00:00

위안부·기지촌 피해 할머니 35명 공동잔치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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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기 평택 ‘햇살복지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기지촌 할머니간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기지촌 여성들과 함께하는 여성연대가 어버이날을 맞아 마련한 행사로 회원과 할머니들이 서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율동을 배우고 있다. 여성연대 제공
8일 경기 평택 ‘햇살복지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기지촌 할머니간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기지촌 여성들과 함께하는 여성연대가 어버이날을 맞아 마련한 행사로 회원과 할머니들이 서로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린 채 율동을 배우고 있다.
여성연대 제공
8일 경기 평택 ‘햇살복지회’의 담장 너머로 ‘어버이 은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할머니 35명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스쳐갔다. 이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 거주하는 할머니 10여명과 ‘햇살복지회’와 함께하는 평택 기지촌 할머니 25명이 함께 어버이날을 보냈다.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할머니들은 만나자마자 금세 언니 동생이 됐다. 이날 행사는 정대협, 한소리회, 민변 여성위원회 등 여성단체들의 연대체인 ‘기지촌 여성들과 함께하는 여성연대’가 주최했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위안부·기지촌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열어드린 잔치 마당이다.

오전 11시30분쯤, 팽성 시립 남산어린이집에서 온 어린이 20여명이 복지회 마당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렸다. “할머니 오래 사세요.”라며 고사리 손으로 핀을 꽂더니 한약과 양말이 담긴 선물도 할머니들에게 하나씩 건넸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곧이어 아이들은 가수 박현빈씨의 ‘샤방샤방’을 부르며 재롱을 떨었다. 할머니들은 “쟤네들도 다 내 손자야. 세상 아들 딸이 다 내 아들 딸이거든.”이라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픈 세월을 겪었던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동병상련 때문일까. 할머니들은 단 하루 곁에 있었을 뿐인데 서로의 상처를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듯했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같은 아픔을 나누는 분들이라 그런지 금방 친해졌다.”며 기뻐했다. 아이들 재롱 속에 할머니들은 흥겨워했지만 그렇다고 가슴 한 편에 묻어둔 아픔까진 지우지 못한 듯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82) 할머니는 “괴롭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을 당하고 살았나 생각하니까….쓸쓸한 마음이야.”라며 고개를 떨궜다. 햇살복지회 우순덕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함께 모였는데, 어버이날뿐 아니라 할머니들 주거 문제나 진상 규명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09-05-0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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