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이후 여야 거물들 행보] (3) 정몽준 한나라 최고위원
수정 2009-05-09 00:46
입력 2009-05-09 00:00
친이·친박 구도 깨고 계파 초월 입지 넓히기
한나라당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한 직후 정몽준(얼굴) 최고위원이 낸 쓴소리다. 당이 친이·친박으로 나뉘어 계파싸움에만 몰두하다 재·보선에서 참패했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입당한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계파갈등을 비판해 왔다.
정 최고위원 쪽의 한 관계자는 8일 “이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나오지도 않는다.”면서 “‘친이·친박’ 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친박·비박(非朴)’ 구도가 맞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차기 대선의 ‘상수’인 박 전 대표에 대항할 ‘비박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이런 측면에서 정 최고위원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도 “언젠가는 함께 일하고 싶다.”며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 쪽은 “두 사람은 16대 국회 당시 국회 교육위에 소속돼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며 ‘인연’을 강조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 전 최고위원을 평소 ‘이재오 선배’라고 부른다. 정 최고위원의 외곽조직과 이 전 최고위원의 외곽 지지그룹이 연대를 모색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은 아직 대중 득표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최고위원이 지난 울산 북구 재선거에 그렇게 공을 들인 것도 당내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차세대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높이고 친이·친박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대중적 지지가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내 기반이 없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정 최고위원 쪽이 항상 “이 대통령도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울산 북구 재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한다. 선거 현장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며 약점인 당 기여도를 높였고, 유세 현장을 돌며 당내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혔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재·보선에 이어 당에 불어닥친 쇄신과 화합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다시 정치보폭을 넓히기 위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쇄신책의 일환으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 방식을 바꾸자며 당헌·당규 수정을 요구했다. 친이 쪽이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 전 대표가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하자.”는 것과 대비된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자격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회 및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정 최고위원은 귀국 후인 10일 당 쇄신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친이와 친박의 균열 속에서 정 최고위원이 입지 확대를 위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2009-05-0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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