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 대신 선문답… 통신맞수의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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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16 00:52
입력 2009-04-16 00:00

상대방 공격 자제… 포화시장 넘을 새전략 찾아

지난달 11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반 KT 진영’ 최고경영자(CEO)들의 ‘합병 우려론’이 끝난 뒤 KT 이석채 회장이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재래식 시장을 빼앗을 생각이 없습니다. 컨버전스(융합)를 주도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겠습니다.” 이 회장은 경쟁사들의 논리를 반박하지 않고 ‘애국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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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 달 뒤인 지난 9일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합병 KT에 대적할 전략을 천명하겠구나.’라고 생각한 기자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세계화로 블루오션을 창출하겠습니다.” 정 사장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 가며 한국 ICT 산업의 위기를 역설했다.

통신업계의 화두는 KT와 SKT의 대결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석채와 정만원의 대결이다. 공기와 같은 통신서비스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두 CEO가 어떤 경쟁을 펼치느냐에 따라 정보통신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다. 유선통신 1위 KT는 SKT가 절반 이상을 점유한 이동통신 시장을 빼앗아야 하고, SKT는 KT의 유선시장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런데 왜 두 CEO는 선문답만 늘어 놓는 것일까. 통신업계에서는 “동병상련을 느낄 만큼 국내 ICT 지형이 위태롭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4600만명(인구대비 95%)에 이르렀고, 초고속인터넷도 1550만가구(가구대비 95%)가 가입했다. 휴대전화,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모두 포화상태다. 통신산업은 다른 나라에서도 기간산업이어서 해외진출도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SKT와 KT 모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에서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컨버전스, 솔루션,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에서 새 영역을 찾아야 하는데, 두 CEO가 지금 그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둘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관료 출신이다. 카리스마를 품은 ‘불도저’형 리더들로 지난 1월 나란히 CEO에 올랐다.

이 회장은 KT-KTF 합병을 속전속결로 끝냈고, 대대적인 사정작업으로 KT를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정 사장도 취임 100여일 만에 SKT를 3개의 독립기업(CIC)제도를 정착시키고, 콘텐츠 오픈 마켓(앱스토어)을 선보이는 등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섰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2009-04-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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