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안 빠져… 큰 비 몰려올 것”
사실 그는 올들어 줄곧 ‘제2 쓰나미론’을 펴왔다. 그렇다면 그가 큰 비를 예보하는 근거는 뭘까. “버블(거품)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이내 돌아왔다. 이 사장은 “국내 경제든 세계 경제든 거품이 덜 빠졌다.”면서 “지금은 버블이 걷히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잘라말했다. 미국 금융기관 처리문제, 국내 소비 부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고, 무엇보다 국내 집값이 아직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사장은 “소니, 도시바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왜 대규모 감원에 나섰겠느냐.”고 반문한 뒤 “바로 조만간 다시 몰려올 위기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반짝 반등’ 기미에 속아 구조 조정을 미뤘다가 경제가 다시 꺼지는 바람에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던 ‘잃어버린 10년’ 경험도 한 몫 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이나 LG의 선방 이면에는 환율 효과가 적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그는 “지금부터라도 제방 쌓기에 다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강도 구조 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금융권은 부실 채권을 좀 더 과감히 털어내고 기업들은 체질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구조 조정은 실업 문제를 야기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이 사장은 “큰 비가 다시 오면 이번에는 기업들이 버텨내기 힘들어 어차피 고용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금 잠깐 볕이 났을 때 구조 조정을 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캠코가 부실채권 인수 금액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재원을 총동원, 선제적 지원에 나설 작정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과 관련해서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부실 채권 매입뿐 아니라 구조 조정에도 (기금을)써야 하기 때문에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제2캠코로 불리는 민간 배드뱅크 설립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설립돼도 업무처리나 노하우 등에 있어 캠코의 주도적 역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