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주의 굴레 벗어나 쓰고 싶은 이야기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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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10 00:00
입력 2009-04-10 00:00

【고구려 국선랑 을지소】

“저는 떠오르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대로 쓴 것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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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지아
소설가 정지아
‘빨치산의 딸’의 작가 정지아가 판타지 소설을 썼다. 지난해 소설집 ‘봄빛’ 이후 작품으로 무겁고 진중한 소설을 고집했던 그가 뜬금없이 역사 판타지로 돌아온 것이다. 한무숙 문학상(2008), 오늘의 소설상(2009) 등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문학성을 인정받던 중에 갑작스러운 ‘일탈’이다. 하지만 다들 궁금해할 이유를 두고 그는 정작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을 뿐”이라며 덤덤히 반응했다. 그는 “그동안 마음에 떠오른 이야기는 다양했는데, 스스로의 엄숙주의 때문에 잘라낸 게 많았다.”고 했다. 이번 같은 소재가 떠오르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에 나온 ‘고구려 국선랑 을지소’(랜덤하우스 펴냄)도 2년 넘게 준비했다고 한다. ‘봄빛’ 작업을 하면서, 쇠퇴기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의 자료를 모았다. 을지문덕의 손자 을지소를 비롯한 고구려의 엘리트 무사교육기관 국선학당에 모여든 여덟 소년소녀의 모험담이다.

출판사에서는 ‘고구려판 해리포터’라고 했지만, 용이나 마법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 이야기를 서구식 판타지 문법에 끼워 넣긴 싫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물론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를 쓴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작가는 “단편소설을 쓰면서는 문장 하나를 두고도 몇 날씩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스토리 흐름을 중시하는 작품이다 보니 그럴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쓰고 나니 문장이 허술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도 했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한 일에 대한 자신감만은 잃지 않았다. “변절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동안 써온 것들과 주제면에서 달라진 건 없다. 단지 전달하는 방식이 완전 바뀐 것 뿐”이라고 했다. “어떤 방식의 이야기든 이게 다 저를 키워 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작가는 하나의 작품을 마무리한 지금 마음에서 떠오르는 대로 써나갈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그게 판타지 소설일 수도 역사 소설일 수도 있지만, 무슨 얘기를 다룰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2009-04-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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