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연아를 위한다면/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수정 2009-04-09 00:46
입력 2009-04-09 00:00
모든 매체는 연일 연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한다. 누구라도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다. 인터넷에서는 그녀 이름을 넣은 제목으로 오만가지 이야기를 만들어 네티즌들을 낚는다.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밀려드는 CF 제의와 방송 출연 및 음반 제작 요청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한술 더 떠 어떤 지자체는 올림픽에 무리를 주는 대회참가도 요청했다. 인터뷰며 각계 인사들의 초청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한국에 있는 동안 연아에겐 무엇보다 에너지를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5월부터 다음 시즌 훈련에 돌입해야 하고 동계올림픽도 대비해야 한다. 비행기에서 내린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시작된 빡빡한 일정은 어떤 천하장사라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녀의 알려진 일정만 들어도 난 숨이 막힌다.
전설적인 피겨스케이터인 소냐 헤니는 깜찍하고 예쁜 용모로 세계 피겨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가는 곳마다 팬들을 몰고 다닌 그녀에게 영화계에선 계속 러브콜을 보냈다.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거라 선언한 헤니는 10회 연속 세계선수권 제패와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의지도 컸지만 국가와 국민이 전적으로 지지하며 보호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녀가 명예롭게 아마선수 시절을 마감한 후 마음껏 영화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것을 우린 눈여겨 보아야 한다.
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이 꿈이고 아마 시절을 피겨스케이터로서 충실하게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여러 번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만의 이익을 위해 무리한 요구를 하며 연아를 힘들게 하는 일이 줄을 잇는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상황에서 그녀를 보호하고, 꿈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대한빙상연맹은 올 한해 연아에게 1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연맹입장에서는 큰돈일지 모르나 연아 팀이 훈련을 하는 데엔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연아 스스로 벌어서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무리한 광고나 엑스트라 활동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IB스포츠는 정말 매니지먼트를 잘해야 한다. 스폰서와 협의를 잘하여 훈련에 방해가 되는 무리한 내용은 계약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스폰서들이 조용히 후원해 준다면 이보다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기업에는 그게 더 좋은 이미지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 연예활동도 지금은 아니다. 관련업계에서는 러브콜을 자제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연아를 이용하는 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격려한다고 여기저기서 초청하는 것도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
연아는 이제 겨우 19살이다. 어린 나이에 외로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견하고 가슴 찡하다. 이 어린 숙녀가 앞으로 꿈을 이루어가도록 이제라도 진정한 힘을 보태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연아에겐 무엇보다도 마음의 안식과 휴식이 필요하다. 여기에 있는 동안 그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 그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주고 조용히 응원해 주자.
아울러 선수 개인이 정상에 오른 뒤에야 관심을 갖고 호들갑을 떠는 일은 그만했으면 한다. 이제는 제대로 된 지원체계를 만들어 꿈나무를 키울 때도 되지 않았는가.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2009-04-0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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