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자본 자유화의 함정/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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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07 00:44
입력 2009-04-07 00:00
우리 경제는 자본 자유화의 함정에 빠져 있다. 자본시장을 자유화한 4년 뒤인 1997년에는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1만달러를 달성하고도 14년이 지난 지금 2만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성장이 정체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11년 전 외환위기 때와 똑같은 원인으로 다시 금융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금의 위기는 자본 자유화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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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성장률이 높으면서 금리 또한 높은 국가가 자본이동을 자유화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노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환율이 적정수준보다 하락하게 되어 경상수지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보다 높은 금리 탓에 은행들은 외국에서 자금을 차입해 오면서 지금과 같이 단기외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통화량까지 늘어나 주가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형성된다. 이 모든 것이 자본 자유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비록 경제성장률과 금리가 함께 높은 나라라고 해도 선진국과 같은 높은 금융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유입된 외국자본을 해외에 다시 투자하면 환율이 과도하게 하락하는 것을 막아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같이 금융기술이 낮은 국가는 해외투자를 늘리면 투자손실이 커져 해외자본 투자가 활성화하지 않게 된다. 결국 과도하게 유입된 외국자본 탓에 환율이 적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되고, 들어왔던 외국자본이 지금과 같이 유출되면서 외환위기 또는 주가가 급락하는 금융위기를 당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외국보다 떨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투자자들이 돈을 벌어가게 되어 국부가 해외로 유출된다. 무역으로 어렵게 번 돈을 결국 자본 거래에서 다시 내주게 되어 지금과 같이 경제성장이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 자유화로 얻는 다양한 이득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실제로 너무 빨리 그리고 급속히 자본시장을 개방했다. 아직도 실업률이 높아 일자리를 만들려면 성장률을 높여야 하는데 우리경제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미국이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산업을 수출하려고 중국 측에 자본 자유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의 경험을 교훈삼아 자본 자유화를 미루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자본 자유화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경제성장률을 낮추거나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우리경제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치 않다. 실업이 높은 상황에서 성장률을 낮출 수가 없고 그리고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를 낮추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기술 또한 단기간에 발달시키기 어려워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어 나가는 것을 막기도 어렵다. 우리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자본 자유화를 되돌이킬 수 없는 지금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번 위기가 극복되면 우리 정책당국은 외국보다 높은 금리 탓에 늘어나는 단기외채를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들은 금융기술을 개발해서 무역으로 벌어온 돈이 외국인들의 주식투자 수익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이 지금과 같이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자본 자유화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수준의 늪에서 벗어나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던진 숙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2009-04-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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