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연차 수사 총체적 부패 터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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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3-27 01:14
입력 2009-03-27 00:00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의혹 수사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수준이 아직 이 정도인가.”라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전·현직 정치인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시작으로 법원·검찰·경찰·국세청 간부, 지방자치단체장, 기업인까지 부정한 돈을 받은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사 당국마저 개별사안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기 어려울 만큼 연루 인사의 폭이 광범위하다고 한다. 어제는 참여정부의 실세였던 이광재 의원이 정계은퇴 의사를 밝힌 뒤 구속됐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비리 사슬인 셈이다.

권력의 핵심에 위치한 정치인과 청와대 인사가 뒤를 봐주고, 행정 공무원들이 특혜를 주며, 사법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검찰·경찰이 눈감아 준다면 어떤 비리라도 저지를 수 있다. 박 회장은 부정한 돈을 통해 이러한 비리의 고리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특히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배경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무소불위로 비리를 저지를 토양이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에도 권력이 얽힌 비리사건은 많았다. 하지만 몇몇 연루자가 처벌 받으면 그뿐이었고, 독버섯처럼 비리의 싹이 다시 솟아나곤 했다. 박 회장 사건을 적당한 선에서 덮음으로써 과거 비리사건 수사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비리 사슬의 뿌리를 뽑음으로써 제2의 박 회장이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권력의 핵심에 있었거나, 지금 있는 인사들의 의혹을 모두 파헤쳐야 한다. 법원·검찰·경찰에 있다고 봐줘서는 안 된다. 현재 여권의 실세를 향한 수사의 칼날이 무뎌져서도 안 된다.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도 의혹이 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비리 공화국’ 오명을 벗느냐 여부가 박 회장 사건 처리에 따라 좌우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검찰은 수사에 임하기 바란다.
2009-03-2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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