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 거액 스톡옵션 눈속임 경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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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3-23 01:08
입력 2009-03-23 00:00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말 금융위기 국면에서 수백억 달러의 외화 빚을 정부가 지급보증해 주는 조건으로 양해각서를 맺고 자진 반납했던 스톡옵션(주식 매수청구권)을 최근 정기주총에서 슬그머니 3∼4배 늘려 지급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반납분(11만 9000주)의 4배가 넘는 49만주를 14명에게 나눠 줬다. 신한지주도 107명의 지주회사 경영진 등에게 61만여주나 제공했다. 대구은행은 모레 주총에서 새 행장에게 13만주를 부여한다. KB금융지주도 임원 성과연동주식 3년치 25만주를 상반기 중에 지급한다. 저들끼리 스톡옵션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은행 측은 “스톡옵션의 행사 가격과 수량이 성과와 연동돼 있어 회사의 경영성과와 주주가치를 올려야만 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나누기를 이유로 신입 직원의 초임을 20% 깎고 직원 임금도 2년 연속 동결을 추진하고 있어 고통분담의 형평성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히 올해 초 반 토막 난 주가가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 가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빛 좋은 개살구’격이던 기존 스톡옵션을 자진 반납하고 높은 수익률이 확실한 새 스톡옵션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격이다.

우리는 금융권에 40조원의 구조조정기금과 금융안정기금을 마련해 BIS 비율이 8%가 넘어도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정부가 이같은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 작금의 금융위기도 은행들의 덩치불리기로 인한 리스크 관리 실패에서 왔는데 또 성과에만 집착할 우려가 큰 은행 스톡옵션은 자제돼야 한다. 미국 정부로부터 18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직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벌인 뒤 혼쭐이 나고 있는 AIG 사태가 보이지 않는가. 은행권은 눈속임 경영을 중단해야 한다.

2009-03-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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