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vs 연합회案… 신·경 분리 놓고 줄다리기
수정 2009-03-09 00:30
입력 2009-03-09 00:00
●농협 지배구조 개편은 가닥 잡혔지만...
농식품부, 농협과 농민단체, 관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농협개혁위원회는 지난 1월 ▲농협 중앙회장 인사권 대폭 축소 ▲조합 간 합병과 자회사 통폐합 ▲자산 1500억원 이상 조합의 조합장 비상임화 ▲조합 가입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농협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협개혁위 방안을 오는 4월 국회 때 통과시킨다는 복안이다. 다만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미디어법 등 여야가 대치 상황에 들어갈 수 있는 걸림돌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조합장 비상임화 등에 부정적인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다만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농협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농협 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농협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게 농업계의 중론이다. 농협개혁의 핵심인 신·경 분리 방안 도출이라는 만만찮은 숙제가 남아 있다.
농협 쪽이 구상하는 신·경 분리 방안은 지주회사 방식. 농협은 지난해 12월 중앙회 산하의 신용사업 분야를 분리해 금융지주회사로 만들고, 그 밑에 은행과 보험, 자산관리 쪽을 자회사로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방식의 밑바탕이 될 컨설팅업체 매킨지 용역 보고서에는 신용부문을 먼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이후 중앙회가 신용·경제지주회사에 재출자하는 방안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14조 5000억원 규모인 농협 자기자본은 자본확충펀드 등으로 1조 5000억원을 수혈받아 16조원까지 늘리고, 이 중 10조원 이상을 신용 부문 자산으로 확충한다. 신용 부문의 비중이 지금과 같이 클 수밖에 없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 신용부문은 다른 경쟁은행에 비해 자본금이 작아 수익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다.”면서 “자본 확충의 제약이 풀려야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농민단체안인 연합회 방안은 경제사업 중심이다. 현재 농협중앙회를 해체한 뒤 지역조합이 주도하는 경제사업연합회가 중앙회의 전체 자본을 인수한다. 이후 경제사업연합회에서 투자은행이나 증권, 보험 등의 기능이 되는 금융지주회사에 출자한다. 384개 지역조합 상호금융은 하나의 은행처럼 일체화된 채 운영된다. 경제사업 분야의 각종 유통, 식품회사 등은 중장기적으로 일선 조합이 주도하는 소유 지배구조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농업정책연구소 한민수 연구팀장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신용 사업의 부실이 어느 순간 터진다면 농협 전체로 전염될 수 있는 만큼, 경제사업 쪽으로 자본금이 확충돼야 한다는 게 농민단체들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절충점 찾는 열린 자세 필요
그러나 둘 다 완벽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지주사 방식은 신용부문의 비중 완화라는 신경분리의 목적 자체가 희석될 수 있다. 일선 조합의 경제사업과 상호금융의 발전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농민은 죽어나는데 중앙회만 살찌는’ 현재의 문제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연합회 방안 역시 중앙회 신용과 지역조합 신용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자칫 농협 신용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농민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은 물론, 금융권에서 우리금융그룹과 더불어 유일한 토종자본인 농협을 죽이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뜻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협 조직이 경제사업을 활발히 하고, 신용 부문이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안정화되는 동시에 일선 조합의 발전을 돕는다는 원칙만 확고하다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2009-03-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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