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내 원칙과는 일맥상통”
수정 2009-03-07 01:02
입력 2009-03-07 00:00
■ 이용훈 대법원장 문답
→업무보고 때 뭐라고 했나.
-(야간집회 금지를) 위헌 제청한 판사를 존중하나 합헌이라 생각하는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얘기했다. 판사가 2400명인데 각자의 의사가 합쳐져서 표출돼야 한다. (위헌제청한) 한 사람의 의사가 전체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판사 개개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이메일이 대법원장의 뜻과 같나.
-난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몰랐다. 이메일을 보니 신 대법관이 조금 각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내가 말한 원칙과는 일맥상통한다.
→이메일을 판사는 압력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대법원장, 법원장도 재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어려운 대목이다. 촛불사건이라 그렇지, 만약 일반 민사사건을 1년 넘게 재판하지 않고 갖고 있다면 법원장이 뭐라 해야 하는 거냐. 델리킷(미묘)한 문제다.
→재판 간섭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사법행정의 일환이냐, 재판에 대한 압력이냐. 이것은 진상조사단이 조사·판단할 어려운 문제이다. 나도 잘 판단하기 어렵더라. 철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나도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내가 말하면 대법원장이 결론 내렸다고 할 수 있으니까.
→대법원장도 조사대상이지 않나.
-내가 피의자인가. 업무보고 상황을 처장에게 한두 번 설명한 것도 아니다.
→사법행정과 재판간섭의 기준은.
-언론도 정확한 잣대를 못 대고 있다. 판사들도 느끼는 게 다르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법리적으로 냉정하게 따져 봐야지 여론에 휩쓸릴 일이 아니다. 이후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신 대법관은 이메일 공개의도가 있다고 하던데.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젊은 법관들의 충정으로 이해한다. 나도, 언론도, 국민도 그래야 속 편하다. 의도나 계획된 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
→법원장이 행정을 이메일로 지시하나.
-나는 해본 적 없는데 신 대법관은 신세대인가 보다. 난 이메일을 싫어한다. 말을 글로 쓰면 글을 보고 각자 다르게 해석하게 된다.
→진상조사 오래 걸리나.
-시간이 걸려야지. 현직 대법관이 원장 시절 한 것인데 신중하게 해야 한다.
→압박 받은 판사가 없다는 뜻은.
-판사가 이메일 받은 정도 가지고 압력을 느껴 재판을 곡해하면 사법부 독립을 어찌 하겠느냐는 의미였다. 우리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9-03-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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