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MB의 이데올로그는 있는가/이목희 논설위원
수정 2009-02-28 00:46
입력 2009-02-28 00:00
얼마 전 박상익 우석대 교수의 언론 기고문이 떠올랐다. 박 교수는 관변을 기웃거리는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을 비판했다. 근대 이데올로기로서 보수주의는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에서 시작한다. 버크의 저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은 보수주의의 경전이다. 그 책의 한글 번역판이 이제야 준비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버크를 모르면서 보수주의자인 양 떠드는 것은 마르크스를 모르면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백낙청·박상익 교수의 비아냥에 보수 이론가들은 기분 나쁠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 정부·여당 내에, 또 정권을 지지하는 모임 내에 지성인 사회에서 인정받는 보수 이데올로그(이론적 지도자)가 포진해 있는지 의문이다. 버크가 주창한 보수주의는 수구가 아닌, 개량주의다. 독재에 반대하고 전통속에서 자유를 구체화하려고 했다. 낭만이 깔린 진보이론보다 더 정교함을 요구받는 게 정통 보수이론인 것이다.
경제 상황이 나빠서 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한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국제경제 위기가 심화된 지난해 말 이후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오히려 상승커브를 타고 있다. 이문열 작가는 “대동지환(大同之患)은 환난이 아니다.”라고 했다. 전 세계 모두가 겪는 어려움 때문에 정권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문열 작가의 설명은 일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려는 여전하다. 지식인 사회에 어필하고,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큰 틀의 정권 논리가 없다면 대동지환 핑계에 기대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업을 지원하고, 세일즈 외교를 강화하고, 녹색성장을 외치고…. 실용을 앞세운 이런 것들은 기능적이고, 세부 방법론일 뿐이다. 이들을 관통하는 이론체계가 없다면 대동지환이 정권의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지식인의 훼절이 시비가 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이론을 개발하려니 얼마나 궁색했겠는가. 그래도 1급 이론가들을 정권 차원에서 강제로라도 동원했다. 지금 정부는 민주선거로, 큰 표차로 출범했다. 일류 이데올로그를 창출할 여건을 갖추었으면서 실제는 그렇게 못하고 있으니….
실용과 기능만을 앞세워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음을 지난 1년이 보여 주고 있다. 나라를 운영하는 기본철학이 확고하면 보수주의도, 신자유주의도 무리없는 변형이 가능하다. 잠재력 있는 내부 인사가 공부를 바짝 하든가, 간판급 이데올로그를 초빙해 실용에 설득력 있는 이론 무장을 시켜야 집권 2년차 희망이 보일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9-02-2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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