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인턴세대] (중) 채용박람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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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1-17 00:42
입력 2009-01-17 00:00

“인턴도 하늘 별따기… 기간제라도” 4050과 일자리 다툼

“일자리를 놓고 아버지 세대와 싸워야 하다니….” 지난 13일 농림수산식품부가 과천 한국마사회 컨벤션홀에 마련한 39개의 ‘agro green job fair’(농림수산식품분야 채용박람회) 부스에는 일자리를 구하려는 20~30대의 ‘인턴세대’와 40~50대 장년층으로 북적댔다. 언뜻 보기에는 이들은 서로 다른 직종에 지원할 것 같았지만 사실은 같은 일자리를 두고 ‘쟁탈전’을 벌였다. 정부가 뽑는 행정인턴은 만 29세 이하라는 나이제한이 있어 청년층만 몰렸다. 하지만 인턴 경쟁률이 너무 높아 청년층은 나이제한이 없는 기간제 일자리에도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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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49)씨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뽑는 기간제 일자리인 농업품질관리원 채용 면접을 끝낸 뒤 잔뜩 기대하는 눈치였다. 농업품질관리원으로 고용되면 2월부터 10개월간 원산지 표시 단속 보조원 등으로 일하게 된다. 김씨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기울어진 회사 사정 때문에 2002년 퇴직했다. 이후 개인사업을 하다가 2007년 도산했다.

하지만 그는 같은 일자리에 지원하려고 길게 줄을 선 젊은이들을 보고 금세 얼굴이 굳어졌다. 김씨는 “기간제 일자리를 놓고 젊은이들과 경쟁해야 한다니 허탈하다.”면서 “젊은이들이 이런 일까지 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농업품질관리원에 지원한 81명 중 20~30대는 24명으로 30%였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뽑는 기간제 일자리에는 15명이 지원했는데, 20~30대가 11명이나 됐다.

10년간 일용 잡부일을 해온 이모(55)씨는 한 곳에도 지원하지 못했다. 청년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신보다도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자식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는 “우리 집은 부자가 기간제 근로자인 셈”이라면서 “둘 중 한 명이라도 빨리 안정적인 직장을 잡아야 생계가 유지될 텐데, 이곳에 와서 보니 젊은 세대의 형편이 더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 청년구직자는 “행정인턴이나 기간제근로나 보조업무를 한다는 것에서 다를 게 없다.”면서 “어디라도 붙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오모(28)씨는 농촌진흥청 등 3곳의 행정인턴에 지원했다. 오씨는 “대기업 기획부서에서 일하고 싶은데 백수기간이 길어지니 불안해 10개월간 행정인턴으로 시간을 벌면서 구직활동을 할 요량이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와 산하 기관들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행정인턴과 기간제근로자 등 7277명을 뽑을 예정이다. 하지만 1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가 5135개로 전체의 70%를 넘었다.

이경주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09-01-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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